경기도 이천시 한 도로에서 야간주행을 하던 A씨는 급작스레 차로가 없어져 당황했다. 공사가 진행 중인 길이지만 진입 전까지 해당 사실을 알리는 입간판이나 경고등이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푹 꺼진 비포장도로에 무방비로 진입한 탓에 앞 범퍼, 타이어, 하부 부속 등이 파손되는 사고를 당했다.
블랙박스를 통해 그 어떤 공사 관련 경고메시지도 없었음을 확인한 A씨는 발주청인 지역 국토관리사무소에 피해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발주청은 “사고가 난 장소는 마을길에서 지방도로 진입하는 가속차로로 직진할 수 없으며 노면에 직진금지 표시가 2개소 예고되어 있는 상태”라며, 보상을 원하는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국가배상심의 신청, 건설공제조합 보험배상 등의 방법이 있다고 답변했다.
시공업체 또한 “피해보상이 힘드니 보험처리를 하라”고 말했다.
사고지점인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소정리 일원 교차로는 국토병목지점개량사업의 일환으로 2014년부터 개선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도로공사를 마친 현재는 보도 재설치만 남겨둔 상태다.
이 공사구간에 경고표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시공을 담당한 소장은 “도로 전체에 대한 공사가 진행됐다가 보도공사만 남아서 경고표지판 등을 치운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공사는 아직 ‘진행 중’이었다.
A씨는 “공사가 끝나지 않았으면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았고, 노면 화살표도 잘못 표기되어 있었다”면서 “야간에 직진금지 표시만 보고 어떻게 정확한 판단을 하느냐”고 토로했다.
실제 직진금지 표시만으로 공사 중임을 인지하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법무법인 서로의 이강일 실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안전관리에 있어서 매우 안일한 처사”라고 내다봤다.
그는 “(운전자는) 직진금지표시가 좌측으로 빠져 나가는 길에서의 직진금지를 의미한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공사예고 표기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발주청이) 보상과 관련해 분쟁에 대한 일반적인 안내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해당 사고의 경우 안전조치에 대해 매우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도로와 같은 공공시설물의 경우 설치자 또는 관리자에게 방호조치의무가 부과된다. 시설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로 안정성을 갖춰야 하는데, 공사와 같이 위험부담이 높은 상황에서는 충분한 안전대책이 마련돼야한다.
도로 시공업체 한 전문가는 “공사를 진행하면 입간판을 세워 진입을 차단하고,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야간에는 LED 유도등 같은 것을 세우는 게 정상”이라며 “이는 운전자의 안전뿐 아니라 공사현장 안전 유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담당처는 도로에 진입을 금지하는 경고표지판을 다시 설치한 상태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