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크림과 버터가 품귀현상이 빚어지는데 반해 한쪽에서는 치즈를 팔지 못해 폐기처분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많게는 세 배 이상 비싼 원유가격 때문에 치즈가격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남아도는 흰 우유를 처리하기 위해 유제품을 생산하지만 이마저도 수입산에 밀리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달 14일 제주축산업협동조합은 2014년 생산돼 유통기한 2년을 넘긴 치즈 9만8100㎏을 폐기처분 대상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제주축협은 우유소비부진과 대량 우유 납품처를 잃은 뒤 새 판로를 찾지 못해 치즈생산에 과잉 투입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 1인당 치즈 소비량이 늘었는데도 판로를 찾지 못해 폐기처분했다는 것은 국산 치즈의 위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치즈 소비량은 2.6㎏. 1㎏ 수준이던 2000년보다 3배 가까이 늘었지만 이 자리는 수입산 치즈가 다 차지했다.
2010년 2만7404톤이던 국내 치즈 생산량은 2015년 2만3188톤으로 15.3% 감소하는 동안 치즈 수입량은 6만971톤에서 11만1521톤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치즈시장에서 수입산 치즈의 비중은 83%에 달한다.
생크림과 버터 등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크림 소비량은 2010년 3만8314톤에서 작년 4만3464톤으로 13% 가량 증가했다. 반대로 지난 5월 기준 국내 유업체들은 생크림과 버터 생산량을 각각 최대 50%와 60%까지 줄였다.
소비는 늘었지만 공급이 줄어 발생한 일이다. 일각에서는 흰 우유 적자를 떠안고 있는 국내 유업체들이 큰 이익이 나지 않는 생크림과 버터 생산량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시중에서의 생크림 생산량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감소하는 반면 수입량은 이미 늘어왔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국내 크림 생산량은 3125톤이었으나 올 4월에는 2137톤으로 1000톤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크림 수입량은 지난해 4월 787톤으로 국내 생산량의 25% 정도에 불과했으나 올 1월 들어 1353톤으로 급증했고, 4월에는 1820톤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생크림과 버터 등 유제품의 경우 원유를 탈지분유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지방으로 만들어 진다”면서 “하지만 탈지분유 재고량이 누적되면서 생산이 위축돼 유제품 생산량도 함께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유가공시장의 혼란을 원유가격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원유가격연동제에 의해 책정되는 우리나라 원유 가격은 ℓ당 922원. 300원대인 영국이나 500원대인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이 원유를 가지고 만들어지는 생크림이나 치즈 등 유가공제품들은 당연히 제조단가에서부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생산비 증감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제도다. 생산비에 기초해 가격을 책정하다보니 생산량과 시장에 물량이 늘어나도 원유값은 내리지 않아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난도 있어왔다.
유업체 관계자는 “생크림이나 버터, 치즈처럼 원유 생산에서 비롯되는 제품들의 경우 수입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크게 뒤질 수밖에 없다”면서 “원인인 원유가격연동제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