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년간 내리막길을 걷던 합계출산율 추세가 반전될 조짐이다. 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이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정책 지원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28일 통계청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출생아 수는 6만128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23명(8.0%) 늘었다. 지난 2012년 4분기 5102명 이후 약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출생아 수가 늘면서 합계출산율도 상승했다. 0.76명으로, 전년 대비 0.05명 늘었다. 2015년 4분기 이후 9년 만에 처음 반등한 것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30대 초반에서 출산율이 6.6명 늘어나며 증가세를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흐름이 유지되면 올해 연간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 모두 9년 만에 오름세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통계청은 전년만 해도 올해 합계출산율을 0.68명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올해 9월까지 누적 합계출산율은 0.74명으로, 반등 청신호가 켜졌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혼인이 예상보다 다소 빨리 증가하면서 추계 시점보다 출산율이 빨리 상승하는 모습”이라며 “현 수준이 4분기까지 유지되면 합계출산율이 0.72명을 웃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합계출산율은 반등했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올해 저출산 추세가 반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발간한 ‘2025년 NABO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2023년(0.72명) 저점을 찍고 반등해 2024년에는 전년 대비 0.2명 상승한 뒤 2028년엔 0.76명까지 완만하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합계출산율 반등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미뤄졌던 혼인 수요가 최근 급증했다는 점이 주로 거론된다. 일시적인 현상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다만 젊은층의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펼칠 필요성이 커졌다.
실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결혼·출산·양육 및 정부 저출생 대책 인식 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3월 70.9%에서 9월 71.5%로 0.6%p 상승했다. 미혼남녀 중 ‘결혼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61%에서 65.4%로 4.4%p 늘었다.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비율 역시 3월 대비 7.1%p나 증가했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펼쳐야 할 정책으로는 ‘육아 지원제도 사용 여건 조성’(88.1%), ‘필요 시 휴가·휴직 사용’(87.5%) 등이 꼽혔다.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8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합계출산율이 9년째 하락세였다가 중단된 점은 의미가 있다”며 “결혼·양육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저출산 추세 반전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사회적으로 결혼·양육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등을 통해 분위기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