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정 협의체’에 참여 중인 의료단체 2곳이 협의체 참여 중단 여부를 논의한다. 지난 11일 출범한 후 세 차례 회의가 열렸지만 의료계가 요구해온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협의 자체가 소용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여의정 협의체에 참여 중인 대한의학회는 이날 임원 회의를 열고 협의체 참여 중단을 논의한다. 전국 의대 학장들로 구성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도 이날 회의를 열고 학장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해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의대생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두 단체는 내년도 의대 증원 조정을 요구해왔지만, 받아들여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내부적으로 ‘협의체 무용론’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두 단체는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 휴학 승인 △의대 정원 재논의 및 의사 인력 추계 기구 입법화를 위한 구체적 시행계획과 로드맵 설정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입시 혼란과 수험생 피해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협의 가능성만 열어두고 있다.
협의체 구성을 강하게 밀어붙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6일 열린 ‘경상북도 국립 의과대학 신설 촉구 국회 토론회’에서 한 발언도 두 단체가 협의체 참여 중단을 고심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국민의힘 차원에서 강력하게 지원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경북 지역 의료 수요가 대구 병원으로 쏠려있어 국립의대를 신설해 병원을 더 유치해야 한다는 것인데, 의대를 신설하겠다는 것은 곧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위원으로 포함돼 있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의 압박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의협 비대위는 28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한의학회와 KAMC가 알리바이용 협의체에서 나올 것을 요청한다”면서 “정부와 국민의힘은 여의정 협의체란 것으로 국민의 눈을 가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착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개혁신당도 여의정 협의체를 비판했다. 개혁신당은 의협, 대전협 등 의료계 단체와 뜻을 같이 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갖기로 약속했다. 지난 24일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의협회관에서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허 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협의체 회의에서 어떤 답을 얻었는지 궁금하다”라며 “모든 시작은 신뢰다. 말뿐인 정치에서 벗어나 실무적으로 의료 구조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