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지갑 털어 과자값 올린 제과업계, 실적 하락 '쓴맛'

서민 지갑 털어 과자값 올린 제과업계, 실적 하락 '쓴맛'

기사승인 2016-08-20 14:01:01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인건비와 판매관리비 상승 등을 이유로 평균 9% 가량 제품가격을 인상한 국내 제과업체 실적이 오히려 하락했다. 소비자들의 비난을 예상하면서도 감행한 가격인상이지만 손에 쥐이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 불신과 수입과자 득세 등으로 수세에 몰린 국내 제과업체들은 가격보다 품질에서 우위에 서야한다고 말하면서도 적극적인 투자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제과 전체 매출은 지난해 1조1084억3700만원에서 1조811억3000만원으로 2.4%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642억8800만원에서 569억5200만원으로 11.41% 줄었다.

롯데제과는 올 3월 비스킷류와 파이류 등의 가격을 평균 8.4% 인상하며 수익성 회복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빙과류를 제외한 껌·캔디·비스킷·초콜릿 등 매출은 지난해 8172억4600만원에서 7013억5300만원으로 14.18%나 급감했다.

크라운제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분기 매출은 3107억원8854만원으로 1.54% 줄었고 영업이익도 224억7263만원으로 같은 기간 28.4% 감소했다.

지난 7월 제과류 가격을 각각 7.9%와 11.4% 인상한 농심과 해태제과의 경우 인상폭 반영 실적은 3분기에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품 가격인상이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물량의 소비가 필요 하는 등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서는 ‘묶음행사’나 ‘1+1’ 등 대형마트에서 주로 진행되는 할인행사 때문에 납품가가 줄어들면서 수익이 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국산과자는 비싸다’는 인식이 큰 만큼 할인행사를 통한 소비 촉진이 불가능한데 여기에 인건비와 판매관리비, 광고비 등이 더해지면서 영업이익이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수입과자의 득세도 적신호다. 최근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에 수입된 과자류는 지난해 12만1000톤으로 2005년 6만6000톤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규모도 지난해 4억8678만달러로 지난 2012년 이후 4년 만에 38.56% 신장했다. 대형마트 기준 매출도 전년 동기 평균 23% 가량 올랐다.

소비침체가 계속되다보니 국내 제과시장 자체가 줄어드는 형국이다. 2011년 4조6971억원이었던 국내 제과시장은 2014년 3조 9249억원으로 16.4%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에서 올 초까지 이어진 ‘허니버터’와 ‘바나나’ 열풍으로 인해 전체 제과시장의 20% 가량 신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트렌드를 선점했던 일부 제품과, 십 수 년 전부터 꾸준히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강세를 보이는 제품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신제품 출시와 연구개발을 통한 질적 우위 선점이 필요하지만 연구개발비용은 턱없이 낮다. 국내 제과업체 연구개발비용은 매출액 대비 평균 0.3% 가량으로, 1% 이상인 다른 식품제조업계의 1/3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개발비용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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