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우리가 흔히 먹는 상비약인 ‘아스피린’이 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암을 비롯해 전립선암과 위암에도 일부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모은다. 본래 해열, 진통, 항염증제로 널리 쓰이는 ‘아스피린’은 가정상비약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1970년대 후반 혈소판 응집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예방목적으로도 처방되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효능을 갖춘 아스피린의 ‘암 예방 효과’에 대해서도 최근들어 속속 밝혀지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아스피린의 주성분은 아세틸 살리신산(Acetylsalicylic acid)으로 버드나무 껍질에서 유래됐다. 기원전 1500년 무렵 제작된 파피루스에도 버드나무 껍질을 사용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인류와 오랜 시간 함께한 약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아스피린의 암 예방 효과는 ‘항염증작용’과 관련이 깊다. 기존 아스피린은 염증완화 효능으로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및 퇴행성 관절염 등 근골격계 염증 질환에 사용돼왔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같은 효능으로 인해 대장암, 전립선암, 위암 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상철 고려대구로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일부 암의 경우 장기염증으로 인해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아스피린이 염증을 막아 만성염증으로 인한 암 발병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오 교수는 “당뇨, 고혈압 등 질병의 치료목적으로 아스피린을 썼을 때 대장암, 위암 등 암 예방 효과도 함께 나타난 것이 대부분이다. 암 예방 차원으로 복용했을 때 모든 사람에게서 효과가 난다고 확신할 수 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연구결과에서도 아스피린의 암 예방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립암센터와 충북대병원의 공동 연구 결과 저용량 아스피린을 장기복용 시 위암 발생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고혈압 또는 제2형 당뇨병 진료 인원 중 정기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한 자를 대상으로 위암 발생 유무를 관찰한 결과, 3년 이상 장기 복용한 경우 위암 발생위험이 60%까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최일주 국립암센터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암에 있어서 염증반응을 매개하는 유전자(COX-2/prostaglandin E2)의 과발현은 암세포의 증식, 암세포 괴사억제, 신생혈관 촉진으로 전이를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아스피린은 주로 이 같은 유전자의 경로를 억제해 위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스피린을 ‘만병통치약’으로 바라보기에는 이르다.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스피린으로 인한 부작용은 미란성 위염, 십이지장염 등의 염증, 위궤양 및 십이지장궤양 등 소화기계통에서 주로 나타난다. 또한 일부 환자에서 과민반응(약제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아스피린 천식)을 일으킬 수 있으며, 간장애 및 신장장애, 심한 심장기능부전 환자, 출혈성 경향이 있는 경우 해당 장기와 연관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위암 예방을 위해서는 저용량의 아스피린(100㎎)을 3년 이상 장기간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단, 부작용 발생이 높은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주의가 필요해 반드시 의사와 상담을 받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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