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1. 스마트폰을 구경하러 한 매장을 찾은 A씨. 그런데 매장 안에서 A씨가 담배를 피우자 직원이 제지했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을 만류하는 직원에게 “건방지다”고 욕설하며 주먹으로 뺨을 때렸다.
#2. 지역농협 가공사업소 소장 B씨는 사규에도 없는 ‘업무능력 평가내역’이라는 문서를 임의로 만들어 소속 직원 8명에게 돌려보게 했다. 업무능력이 최하위로 평가된 직원을 망신 주기 위해서였다.
#3.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C씨는 생산부서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전날 목표수량을 달성하지 못하자 얼굴 등을 마구 때렸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리는 의미인 ‘갑질’.
고질적인 병폐인데도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갑질 문화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경찰청은 갑질 횡포 100일간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총 497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30명을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를 보면 갑질 횡포도 천태만상이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피해자를 8년 간 자신의 집 가정부로 고용하면서 몰래 피해자 명의로 600만원을 대출 받은 집주인도 있었다.
이 집주인은 이것도 모자라 피해자 명의로 실업급여 460만원을 부정수급하기도 했다.
거래 관계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갑질도 있었다.
한 농협 조합장은 승진‧인사 청탁 명목으로 부하직원에게서 3250만원을 받은 혐의로 적발되기도 했다. 이 조합장은 보조금 지원 사업과 관련해 수의계약 편의제공을 대가로 업자에게서 2500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취재해 보도할 것처럼 속이고 돈을 받은 사이비 기자들도 붙잡혔다.
민원 등을 기사화할 것처럼 협박해 건설업체‧채석장‧자동차정비공장 업주 등 64명에게서 157차례에 걸쳐 4186만원을 받아 가로챈 모 신문 지역주재 기자는 결국 구속됐다.
갑질 횡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쉬고 있던 아파트 경비원이 사무실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얼굴과 허리를 마구 때려 다치게 한 입주민도 있었다.
연예인 지망생인 피해자의 아들을 드라마와 영화 등에 출연시켜 주겠다고 속여 11차례에 걸쳐 1억5500만원을 받아 챙긴 연예기획사 대표 등 2명도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블랙컨슈머 유형이 147명(29.5%)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직장‧단체에서 명예훼손‧폭행 등 불법행위 유형이 131명(26.3%), 거래관계상 우월적 지위 이용 리베이트 42명(8.4%), 외국인 대상 불법행위 16명(3.2%), 사이비 기자 갈취 7명(1.4%) 순이었다.
이외에도 각종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로 적발된 사람이 154명(30.9%)이나 됐다.
갑질은 40대 이상 남성이 가장 많이 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50대(31.8%), 40대(30.6%), 30대(14.9%), 60대(14%)로 나타났고 성별로는 남성이 89%, 여성은 11%로 나타났다.
고연령 남성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 상대적 약자에게 우월적 지위를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게 경찰 분석이다.
김성철 경남청 수사과장은 “이번 단속을 통해 갑질 문화에 대한 원인 분석과 함께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우리 사회에 건전한 면역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계기가 됐다”며 “갑질 횡포 피해 접수는 특별단속 이후에도 계속할 예정이어서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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