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택한 케이블TV…생존이냐, 몸값 올리기냐

‘각자도생’ 택한 케이블TV…생존이냐, 몸값 올리기냐

기사승인 2016-12-20 19:55:44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다사다난했던 올해 유료방송 시장에서 케이블TV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택해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7월 공정위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불허하면서 방송·통신 시장의 일대 변혁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당분간 잠잠해졌다. 당시 경쟁 제한성, 지역방송 가치 훼손 등의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이동통신사의 역량으로 성장 한계에 부딪힌 유료방송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했다.

이동통신-케이블TV 통합의 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MSO들은 일단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을 택했다. 1400만여 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기업 가치를 높여두겠다는 심산이다.

가입자 기준 1위(414만 명)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은 분위기를 추스르고 ‘새 판 짜기’에 시동을 걸었다. SK텔레콤과의 합병 무산 이후 3개월 간 추진해 온 경영정상화 다음 단계로 이달 초 경남지역 SO 하나방송 인수를 발표하고 시장 재편 의지를 밝혔다. 2014년 강원방송 인수 이후 2년 만의 M&A 재개다.

이날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는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기존 사업의 성장을 다시 점화하고 신수종사업으로 케이블 대약진의 기회를 확보할 것”이라며 “업계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성 기반의 ‘넥스트 케이블’을 이끄는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 주인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M&A를 통한 규모 확대, 시장 지배력 강화 노선을 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는 추가적인 M&A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지난 15년 간 20여개의 SO를 인수합병하며 규모를 키워왔다.

업계 공동 노선인 ‘원케이블’ 전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지난 10월 케이블TV 사업자들과 공동으로 산업 발전 청사진을 내놓은 데 이어 홈IoT, 미디어커머스, 홈케어 등 스마트 융합 사업을 추진 중이다. 내년 초에는 SO별 통합 ‘지역채널 브랜드’로 지역채널 인지도를 높이고 권역별 지역성 구현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로 규모(324만 명)가 큰 티브로드는 서비스 경쟁력 확보를 통해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CJ헬로비전 등과 같은 거시적 전략은 드러내지 않았지만 꾸준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사용자 편의 향상을 위해 디지털 케이블TV UI(사용자환경)와 홈페이지를 개편했으며 광고 스폰서십 기반의 VOD 주문 서비스 ‘페이딜’ 등을 도입했다.

대표적인 신사업으로는 스마트홈캠 사업 등이 있다. 플랫폼, 클라우드, 앱 등을 자체 구축해 권역 내 타사 인터넷 가입자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티브로드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소비자 서비스를 선보임과 동시에 B2B(기업간 거래) 사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내년 UHD 서비스와 IoT(사물인터넷) 등의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3위 사업자(232만 명) 씨앤앰이 지난 4월 창립 16년 만에 간판을 바꿔 달고 새로 출발한 딜라이브는 한발 먼저 차별화 전략으로 자체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적당한 인수자를 찾지 못한 데 따라 우선 기업 가치를 높이자는 태세로 변환한 것이다.

먼저 인터넷, UHD, 클라우드 등 기존 서비스를 바탕으로 동시시청 기능, VOD 콘텐츠 다양화 등의 차별화 서비스로 포문을 열었다. 또 TV를 통한 이사, 가사도우미, 피자배달, 스마트폰 방문수리 등의 생활 편의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기존 케이블 방송사 이미지를 탈피해 ‘홈 라이프 스타일 파트너’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차별화의 핵심은 지난 5월 넷플릭스와 손잡고 선보인 OTT 서비스다. 올해 말까지 약 600시간 분량의 UHD 콘텐츠 제공을 목표로 하며, 초반 6~7명 규모 TFT(태스크포스팀)으로 시작한 딜라이브 OTT 사업부서는 현재 70명 이상 규모로 늘어 케이블사업부와 양대 축으로 자리 잡았다.

영업조직을 개편과 차별화 노력을 기울인 딜라이브는 올해 1~10월 기준 월평균 5000가입자 순증을 기록해 지난해까지 감소세에 있던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 같은 MSO들의 자체 경쟁력 확보 노선은 IPTV와의 경쟁에서 고전하는 업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애초에 통신과 방송 등이 융합되는 미래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CJ헬로비전, 딜라이브 등의 매각 원인도, 장애물도 됐다.

반면, 서비스 강화와 SO 합병을 통한 규모 확대 모두 향후 매각 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CJ헬로비전 합병 불허 사례가 있었지만 결국에는 이동통신사 등 사업 연관성이 있는 기업과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케이블 사업자들의 노력이 매각 몸값 올리기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이 본연의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 시장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함”이라고 평가했다.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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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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