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니가타현 사도광산 추모식이 한국 정부가 빠진 채 반쪽짜리로 열렸다. 한국 정부와 유가족 9명은 별도 추도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부관은 한반도 노동자들이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곤란한 노동에 종사했다”고 언급했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가치를 언급한 뒤 “빛나는 (등재) 성과는 위험이 수반된 가혹한 환경에서 노동에 종사한 광산 노동자들을 비롯한 선인들의 헌신의 산물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추도식은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한국의 등재 동의를 얻기 위해 매년 현지에서 열기로 약속하면서 개최된 행사다.
한국 정부와 유족은 당초 이번 추도식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일본이 정부 대표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 인사를 발탁하는 등 진정성이 없다는 판단에 지난 23일 전격적으로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외교부는 25일 오전 9시,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터에서 사도광산 희생자를 위로하는 별도 추모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이 행사에는 주일대사 등 우리 정부 관계자와 사도광산 희생자 유족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양국 정부는 추도식 개최 협의 과정에서 명칭부터 일정, 중앙정부 참석자 등을 둘러싸고 견해차를 보이며 갈등을 빚어왔다.
한국에서는 일본 측 추도사에 조선인 노동자를 위로하는 내용이 담길지가 불투명하고 한국 유가족의 추도식 참석 경비를 우리 정부가 부담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외교적 무능이라며 질타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내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으로 끝날 일인가? 또다시 고개 숙이는 친일 매국정권에 분노한다”면서 “대한민국 국민과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이 느낄 참담한 치욕 앞에서 우리 정부가 한다는 게 고작 ‘불참’ 선언 뿐인가. 일본의 뻔뻔한 도발 앞에 윤석열 정부의 굴종외교 민낯이 또 한 번 여실히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도광산 추도식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인물을 보내겠다는 일본 정부의 파렴치한 행태에도, 강력한 항의는커녕 불참이라는 무기력한 조치에 그치는 정부를 보며 국민의 가슴에 천불이 일고 있다”고 비판했다.
징용 피해자 지원단체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역시 이날 입장문을 내 “이번의 외교적 수치·굴욕은 현 정부의 자업자득이자 예견된 일”이라며 “조선인 노동자 등을 추모하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대한 정부의 불참 결정은 ‘퍼주기식 외교’에 따른 결과”라고 규탄했다.
사도광산은 일본 니가타현 북서쪽 사도섬에 있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 운영된 광산(1601~1989년)으로, 태평양전쟁(2차 세계대전) 당시 1000명이 넘는 조선인이 끌려가 강제 노역을 했던 곳이다. 사도광산은 미쓰비시 광업의 대표 사업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