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동욱 서울성모 교수, 급성백혈병 진행 유전자 세계 첫 규명

[인터뷰] 김동욱 서울성모 교수, 급성백혈병 진행 유전자 세계 첫 규명

기사승인 2017-03-20 00:13:00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만성골수성백혈병에서 급성기로 진행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의 경우 진단 초기에 만성기의 순한 상태가 5∼6년간 지속되다가 표적항암제 치료에 실패하면, 갑자기 백혈병 암세포가 무한 증식해 1년 내에 사망하는 급성기로 변한다. 따라서 만성기에서 급성기로 전환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많은 연구자들이 그동안 급성기로 진행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정적인 유전자를 찾는데 실패해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사진)·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 김홍태·울산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명경재 교수 연구팀이 만성골수성백혈병에서 급성기 전환을 조절할 수 있는 유전자인 ‘코블1(Cobll1)’을 찾는데 성공했다. 세계 최초 성과로 연구 결과는 혈액암 분야 국제학술지 ‘루케미아(Leukemia)’ 인터넷판에 지난 2월 게재됐다. 

지난 14년 간의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 성과를 도출해 낸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 권위자 김동욱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처음에는 순하게 시작하던 만성골수성백혈병이 왜 갑자기 급성기로 진행하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 이유를 규명한다면 만성기 환자가 급성기로 진행되는 것을 미리 알고, 원인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급성기로 진행돼 사망하게 될 환자를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급성기 전환을 조절할 수 있는 ‘코블1’ 유전자를 찾은 것이다. 연구팀은 현재까지 14개의 유전자가 급성기 진행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가장 많이 증가한 유전자가 코블1”이라며 “이에 주목해 코블1 유전자와 백혈병의 연관성에 대한 기능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게 됐다. 이 유전자가 많이 발현된 환자의 세포에서는 글리벡, 타시그나, 스프라이셀, 슈펙트, 보슬립, 이클루시그 등 표적항암제에 전혀 듣지 않으면서 병이 급속히 진행하는 현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또 코블1의 발현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경우, 표적항암제에 백혈병 세포가 다시 잘 듣는다는 사실도 함께 규명했다. 따라서 코블1 유전자는 백혈병의 진행과 예후를 판단하는 지표가 되며, 동시에 이를 억제하는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가진 표적이 될 수 있다.  

연구가 결실을 맺기까지 무려 14년의 시간이 흘렀다. 김 교수는 1992년 혈액내과 임상강사로 처음 백혈병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카이스트에서 임상의사를 대상으로 분자생물학 실험기법을 가르치는 수업에서 ‘유전자 분석법’을 배우면서 백혈병 중 만성기에서 급성기로 진행해 사망하는 원인을 규명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회고했다. 의사이지만 기초과학연구에 몰두했던 김 교수는 미국 연수를 떠나 분자생물학 실험기법을 익힌 후 한국을 돌아왔다. 2003년 보건복지부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 연구과제 지원으로 연구에 본격 착수했다. 이후 3년 전부터 김홍태 교수 등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번 연구 성과를 가능하게 했던 ‘신의 한 수’였다고 김 교수는 평가했다. 

김동욱 교수는 “코블1 유전자의 기능 규명으로 만성골수성백혈병의 표적항암제 내성과 급성기 진행에 대한 또 하나의 퍼즐이 풀렸다. 앞으로 획기적인 백혈병 치료법을 제시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고, 이를 다른 백혈병으로 까지 확대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를 계속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 코블1 단백질을 검출하는 진단 키트를 개발 중인데, 이를 통해 급성기로 진행되는 것을 미리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 유전자와 관련된 단백질을 억제하는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기존의 표적항암제에 듣지 않아 급성으로 진행해 사망하는 많은 환자들을 다시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현재의 치료에 충실히 임하면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접할 수 있도록 연구팀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newsroom@kukinews.com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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