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SBS 김성준 앵커가 보도본부장직에서 경질되고 ‘SBS 8뉴스’ 메인 앵커 자리에서도 하차합니다. 지난 2일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을 보도해 파문을 일으킨 것에 대한 징계 조치입니다.
SBS 측은 지난 18일 인사발령을 통해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보도 과정의 부실 책임을 물어 김성준 보도본부장 등 책임자들을 경질하고 관련자들을 정직·감봉하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회사 이미지 및 뉴스 신뢰도를 훼손시켰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이에 따라 보도국장과 뉴스제작1부장이 교체됐고, 뉴스제작부국장 자리는 없앴습니다. 김성준 보도본부장과 정승민 보도국장은 감봉 6개월, 이현식 뉴스제작1부장은 정직 3개월, 고철종 뉴스제작부국장과 취재기자는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게 됐습니다.
‘SBS 8뉴스’ 앵커진도 전면 교체됐습니다. 오는 22일부터 평일 ‘SBS 8뉴스’의 메인 앵커는 주말 ‘SBS 8뉴스’를 진행하던 김현우 앵커가 맡게 됐습니다. 주말 ‘SBS 8뉴스’의 메인 앵커는 정치부 김용태 기자가 정미선 앵커와 호흡을 맞춥니다.
김성준 앵커는 지난해 12월 ‘SBS 8 뉴스’로 복귀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부실 보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전임 보도책임자들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다시 앵커석에 앉게 된 것이죠.
김 앵커는 당시 ‘SBS 8 뉴스’ 개편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시청률을 회복하는 문제 이전에 절박한 이유로 개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침몰하는 타이타닉 호 위에 있다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했다. 큰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누가 더 오래 살겠다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죽으니까 배가 뒤집힐지 모르지만 보트를 내리고 파도치는 바다에 뛰어내려보자는 마음으로 개편을 진행했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야심찬 포부와 달리, 김 앵커는 복귀 5개월 만에 ‘SBS 8 뉴스’에서 하차하게 됐습니다. 2일 익명의 해수부 공무원의 발언을 인용해 ‘해수부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의 눈치를 보느라 세월호 인양을 고의로 지연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대선을 일주일 앞둔 민감한 시기였던 만큼, 더불어민주당과 해수부는 해당 보도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고 법적 대응하겠다는 뜻을 시사했죠.
이에 김 앵커는 해당 기사를 SBS 뉴스 홈페이지와 SNS 계정에서 삭제하고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3일 김 앵커는 “상처받으셨을 세월호 가족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기사 작성과 편집 과정에서 게이트키핑이 미흡해 발제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인식될 수 있는 뉴스가 방송됐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나 검토한 데스크를 비롯해 SBS의 어떤 관계자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특정 후보를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사과로 끝날 일은 아니었습니다. 잘못된 기사가 대선 결과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SBS 시청자위원들과 노동조합·기자협회 등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15일 최종 진상조사보고서 공개했습니다. 진상조사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기사의 취재와 기사 작성, 게이트키핑 과정에 심각한 부실이 있었다”며 “1차 발제부터 보도가 나가기까지 과정에서 외압을 받았다거나 악의적 의도로 단정할 만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뉴스제작 시스템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합리적 대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책임자에게 중징계가 내려졌지만 SBS가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 17일에도 SBS플러스의 시사 풍자 프로그램 ‘캐리돌뉴스’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합성 이미지를 사용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비슷한 일이 여러 번 반복돼 온 만큼 SBS 내부에 극우 성향의 담당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보도가 회사 이미지와 뉴스 신뢰도를 훼손시켰다는 SBS의 분석은 정확합니다. 하지만 김성준 앵커도 부실 보도로 인한 개편으로 ‘SBS 8뉴스’를 진행하게 됐고, 합성 이미지 논란이 10번이나 반복된 점도 방송사 측의 사과를 쉽게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훼손당한 방송사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힘듭니다. 책임자 문책과 함께 취재와 제작을 분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떠난 신뢰가 돌아오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등 돌린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지고, 달라진 모습을 얼마나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