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유수환 기자]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 최대 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면서 금융권에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금융권 내부에서 가장 첨예한 갈등을 보였던 ‘성과연봉제’ 도입을 슬그머니 철회하려는 등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또한 일부 은행사 등은 취업박람회를 여는 등 정부 코드를 맞추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반면 증권사들은 이 같은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자본의 흐름은 발빠르게 따라가고 있지만 기업 분위기는 가장 보수적이고 시대역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국내 증권업계다. 코스피지수가 2380선을 웃도는 등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많은 증권맨들은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아무리 외부 환경이 좋더라도 기업 논리에 따라 언제든지 퇴출 가능성이 열려 있어서다.
증권사들의 구조조정 혹은 저성과자 직원 대상 프로그램 등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최근 삼성물산·제일모직 관련 ‘사이다 발언’으로 유명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도 구조조정 문제에 자유롭지 않다. 주 전 사장이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로 재직할 당시 수 백명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덕분의 그의 별명이 ‘구조조정의 청부사’로 불릴 정도였다.
또한 일부 증권사들은 이 보다 더욱 영리한 방법을 통해 직원들을 관리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부증권은 지난해 말까지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통해 C등급을 받은 직원들을 급여에 총 70%에 달하는 임금 삭감을 통해 직원들을 관리해 왔다. 노동계에서는 “저성과자들을 자연스럽게 계약직으로 돌리거나 스스로 퇴사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반발해 왔다. 결국 참다못한 일부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논란이 확대되자 과도한 임금 삭감은 철회했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비관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대신증권, IBK투자증권은 몇 년 전부터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금까지 계속 유지해 오고 있다. HMC투자증권은 실적이 부진하다고 판단되는 직원들을 외부 방문판매로 돌리는 아웃도어세일즈(이하 외부판매, ODS)부서의 운영 문제로 법정 공방까지 갔다.
저성과자 프로그램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은 이구동성으로 “저성과자 직원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통해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갈등이 수년 째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만약 회사 말대로 직원의 실적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면 논란의 대상도 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최근 저성과자 재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이 (사측이 발표한) 취지와 달리 반인권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증권사들 역시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의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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