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경제] 도마 위 오른 공매도 제도…논란 원인은

[알기 쉬운 경제] 도마 위 오른 공매도 제도…논란 원인은

기사승인 2017-07-04 05:00:00

[쿠키뉴스=유수환 기자] 주식거래에 있어서 여타 금융 거래와 다르게 차별화 된 제도가 있다. 바로 투자자가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팔 수 있는 공매도 제도다. 

공(空)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란 의미다.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주식으로 갚는 투자기법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비쌀 때 빌려서 싼값에 팔아 갚을수록 수익을 낼 수 있다. 주가가 내려갈수록 공매도를 주문한 투자자는 이득을 보는 구조다. 

예컨대 A종목을 갖고 있지 않은 투자자가 이 종목의 주가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린 뒤 매도 주문을 낸다. 해당 종목의 주가가 10만원일 때 주식을 판 뒤 3일 후 결제일 주가가 약 5만원으로 떨어졌을 경우 투자자는 5만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공매도는 우선 과열된 주가 흐름을 방지하고 적정가격을 찾아가도록 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거품이 낀 주식이 급락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을 방지할 수 도 있다. 

문제는 공매도 거래에서 소외받는 개인 투자자들이다. 공매도 거래가 자유로운 기관·외국인과 달리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할 수 있는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종목의 주가가 급락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엔씨소프트 주가 급락 사태에서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지난달 20일 엔씨소프트 주식에 대한 공매도 규모는 19만주로 평상시의 1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엔씨소프트의 새 모바일게임 ‘리니지M’에 아이템 거래소 기능이 제외된다는 악재를 미리 알고 있던 세력이 대거 공매도에 나섰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리니지M’ 내 아이템 거래소 기능 제외란 사실이 공개된 이후 벌어진 ‘공매도 폭탄’을 금융 당국이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이로 인한 손실은 결국 투자자 몫이다.  

한국거래소도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공매도 공시 지정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2영업일을 기다려야 하지만 그때가 되면 이미 기관투자자들이 모두 공매도를 한 뒤에 알게 된다”이라며 “버스 떠난 뒤에 손 드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3월 말 도입한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제도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는 당일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이 20% 이상을 넘는 등의 요건을 충족한 종목을 제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는 종목은 다음 날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다. 

하지만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논란이 된 엔씨소프트 공매도 의혹도 여론에 도마에 올랐지만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되려면 당일 거래 가운데 공매도 비중 20% 이상(코스닥·코넥스 시장은 15% 이상) 공매도 비중 직전 40거래일 평균 대비 2배 이상 증가 주가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하락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3월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은 컴투스, 삼성에스디에스, 대원제약, 엔케이, 한미사이언스, 예스티에 불과했다.

이어 공매도 금지기간이 하루에 불과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현구 국장는 “하루 금지로 전반적인 공매도 전략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면서 “공매도 과열을 막기 위해서는 공매도에 대한 발행 지수에 대해 비율을 제한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미약품이나 엔씨소프트 논란은 공매도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윤 실장은 “내부 정보로 인한 문제이지 공매도가 근본적인 사건 발생의 원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