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미경씨(26,여) 최근 사람들과 대화할 때마다 특정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곤란을 겪고 있다. 이를테면 대화 중 ‘이어폰’이라는 단어가 기억나지 않아 ‘음악들을 때 사용하는 것’이라고 돌려 말하는 식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대화할 때는 괜찮지만 업무 관계로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최씨는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그런 것 같다”며 디지털기기 사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최근 디지털 치매를 호소하는 젊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 디지털 치매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나머지 기억력이나 계산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특히 최씨와 같이 디지털 기기 사용이 잦고 의존도가 높은 20~30대 젊은 층에서 자주 발생한다.
디지털 치매는 과거 사람이 직접 찾아 외우고, 기억하던 것들을 스마트폰 등 손 안의 디지털 기기가 대신하면서 발생한 ‘현대병’이다. 특정 단어가 생각나지 않거나 하려던 일이 기억나지 않는 건망증 형태로 나타난다.
최정석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요즘은 스마트폰을 통해 수시로 필요한 점을 검색하고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이 굳이 무언가를 기억하지 않는 경향이 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기억력’의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디지털 기기의 대표적인 장점은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보의 소비 속도가 빨라질 뿐 아니라 여러 작업을 동시에 시행하는 멀티태스킹도 가능하다. 우리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줬지만, 과도하게 심취할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멀티태스킹이 반복되다보면 뇌 기능을 방해해 인지기능 저하를 불러올 수 있고, 심한 경우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중독으로 넘어갈 우려도 있다.
다만 디지털 치매가 실제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 최 교수는 “치매 자체는 뇌의 분명한 변화가 동반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 게임이나 스마트폰 사용을 오래 한다고 해서 치매가 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다만 집중력, 기억력, 판단력 저하, 충동성 증가 등 인지기능장애는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두뇌가 발달하는 청소년 시기에는 디지털 기기 사용에 보다 주의가 요구된다. 최 교수는 “두뇌가 적절히 잘 발달되려면 다양한 자극이 필요하다. 그런데 시각적 자극 등 디지털기기로 인한 특정 자극만 과다하게 가해지면 전두엽 발달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기기는 분명 중요한 요소다. 다만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적절한지는 앞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얼마나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는지 모니터링 하는 것이다. 만일 스마트폰 사용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나 학업, 직장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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