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고양=정수익 기자] 경기도 고양시에 다국적 가구기업 ‘이케아’에 이어 국내 거대 가구전문기업 ‘한샘’의 입점이 임박해지면서 지역 가구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역 양대 가구업자 단체인 고양가구단지협의회와 일산가구단지협의회가 스타필드 고양점 내에 들어설 예정인 한샘 초대형 매장의 개장일이 다가오면서 이를 막기 위한 움직임에 본격 나선 것이다.
고양·일산가구단지협의회 관계자는 26일 “지역 가구업계는 그간 한샘의 입점을 막기 위해 각계에 호소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별 효과를 얻지 못했다”면서 “우리 회원들은 앞으로 집회와 시위는 물론 다각적인 행동을 취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한샘은 8월 중순으로 예정된 스타필드 고양점의 개장에 맞춰 건물 내 1층에 약 3600㎡(1100여평) 규모 대리점의 문을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기다 스타필드 고양점에는 에이스침대 직영점도 오픈하기로 돼 있다.
지역 가구업계는 그간 스타필드 고양점 내 한샘 대리점 입점 결정 이후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한샘과의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을 느낀 고양·일산가구단지의 소규모 점포들은 생존 차원의 입점 저지 운동을 펼쳤다.
급기야 이들은 지난 6월 고양시장 앞으로 ‘스타필드 오픈과 한샘 입점에 대한 고양·일산가구단지협의회 회원들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스타필드와 한샘의 정식 계약과 입점이 허용되지 않도록 호소하며, 고양시 차원에서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 회원사들이 물리적인 집회를 통해서라도 지역 가구경제가 입을 타격을 막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지난 50여 년 간 전국 최대 규모, 최고 역사로 성장시켜 온 고양·일산가구단지의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한샘 측에 상생을 위한 협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샘 측으로부터 대리점 소사장 제도로 운영한다는 등의 변명과 함께 협의를 거부당했다.
남시영 일산가구단지협의회 회장은 “한샘은 지난해 연간 매출규모 1조9345억원, 영업이익 1159억원을 기록한 거대 가구전문기업으로 이에 비하면 고양시 양대 가구협회 회원사 매장들은 구멍가게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또 “대기업 진출로 고양시 가구업계가 쇠락한다면 시가 추진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에 역행할 뿐 아니라 5000여명 이상 종사자와 그 가족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면서 “고양시의 현명한 대책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고양시 가구업 종사자들은 “이케아는 그나마 일반생활용품 비중이 가구보다 높지만 한샘의 경우 주변 소상공인 판매품목인 가정용 생활가구를 주로 팔기 때문에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며 “안 그래도 경기불황으로 가구점 매출이 40%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인근에 대형 점포가 잇따라 생기면 우리는 폐점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고양시 가구업계는 이케아 고양점 착공 시기인 2015년 5월부터 생존의 위기를 느껴왔다. 특히 소규모 가구업자들을 중심으로 이케아가 들어설 경우 생존이 위태롭다는 이유에서 입점 저지 운동을 벌였다. 그러면서 무려 1년 6개월여 동안 협의를 벌인 끝에 이케아 측으로부터 10억원의 상생기금을 출연받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런데 이케아가 오는 10월 문을 열기도 전에 한샘 등의 대형 매장 입점이 결정되면서 그야말로 초비상 형국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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