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 FTA’ 폐기 발언에 자동차株 동반 하락…향후 여파는?

트럼프 ‘한미 FTA’ 폐기 발언에 자동차株 동반 하락…향후 여파는?

기사승인 2017-09-05 05:00:00

[쿠키뉴스=유수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폐기를 준비하도록 참모진에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증시와 산업계는 북핵 리스크와 같은 한반도 긴장 고조와 함께 한미 FTA 폐기 가능성이라는 두가지 악재를 한꺼번에 만난 것이다. 

한미 FTA가 폐기될 경우 자동차, 철강 등의 업종은 일정부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증권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한미 FTA 폐기 발언은 다분히 전략적인 것이라며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업체의 주가는 동반 하락세로 마감했다. 현대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10% 하락한 14만원에 마감했다. 기아차(-1.83%), 현대모비스(-1.04%), 쌍용차(-1.79%)도 내림세로 장을 마쳤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하겠다는 외신의 보도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 협상에 폐기 혹은 재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번 트럼프의 발언은 복잡한 절차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재협상 혹은 재개정 보다는 폐기를 통해 협상에 우위에 있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지난달 22일 미국의 요구에 따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의가 양국의 견해차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당시 미국 정부는 “자국이 한국과의 교역으로 대규모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적자 원인부터 조사하자면서 개정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조속한 개정 압박용으로 폐기 카드를 꺼낸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미FTA의 전면 폐기는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우선 미국 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의회의 반대를 설득하기 쉽지 않아서다. 

유진투자증권 변준호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미국의 축산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겐 현재 FTA협정이 유리하다”면서 “한미 FTA 폐기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증권 장재철 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이전부터 한미 FTA 협정에 대해 반대했고 2017년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곧바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하지만 이러한 트럼프식 보호무역, 고립주의에 대해 미국 내외부의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 이코노미스트는 “한미 FTA 협정 폐기에 대해 미국 상공회의소, 전미제조업자협회, 미국축산협회 등에서 반대했다”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에 대해 IMF 등 국제기구도 반대 의견을 강조했다. 트럼프의 한미 FTA 협정 폐기가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개정안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한미 FTA 폐기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은 있다. ‘FTA 재협상 또는 개정’이다. 이는 한 국가가 상대방 국가에게 요청하는 절차이지만 상대방 국가가 동의하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는다. 즉, 미국이 한·미 FTA 개정을 요청하더라도 한국이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FTA 개정은 성사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장재철 이코노미스트는 “절차가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FTA 개정’보다 일방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FTA 폐기 (종료)’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SK증권 김동원 연구원도 “한미 FTA 협상을 앞둔 전략적 언급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FTA 전면 폐기가 실제로 전개된다면 국내 수출 및 성장에 우려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은행의 입장에서 지적했던 대외 부분의 하방 리스크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만약 한미 FTA가 폐기될 경우 자동차·철강 사업 부문에서 주가와 실적은 일정부분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 변준호 리서치센터장은 “(한미 FTA가 전면 폐기될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폐기가 실현될 경우 자동차산업과 철강 부문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IT와 가전제품 등에 대한 산업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