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의 불똥이 아나운서 김성주에게 튀었습니다. MBC본부 총파업 집회에서 김성주의 이름이 거론되며 그의 5년 전 MBC 복귀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된 것입니다.
지난 13일 서울 성암로 MBC 사옥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총파업 집회에서 시사인 주진우 기자는 마이크를 잡고 2012년 MBC 파업 당시의 김성주를 언급했습니다. 파업에 참여한 아나운서들의 빈자리를 차지하며 복귀한 김성주를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이죠.
이날 주 기자는 “많은 아나운서, 진행자들이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마이크를 내려놨고 스포츠 캐스터들도 내려놓았다”며 “그런데 그 자리를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차지해 마이크를 잡았다. 특히 그(김성주)가 빈자리를 자주 차지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더 밉다. 진짜 패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주의 친누나까지 거론했습니다. 주 기자는 “어제 오랜만에 시사인 사무실에 갔는데 우리 편집국장이 조선일보 기자인 김성주의 누나에게 전화를 받고 화를 내고 있었다”며 “강재형 아나운서가 시사인에 파업일지를 쓰는데 김성주의 이름이 한 줄 들어있다고 그의 누나가 항의 전화를 한 것이다. 매너라고는, 예의라고는 하나도 없이 윽박지르고 있더라”고 폭로했습니다. 김성주의 누나인 김윤덕 기자는 현재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 겸 논설위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 기자의 발언이 화제가 되자, 과거 김성주가 MBC로 복귀하게 된 사연이 다시 거론됐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으로 스타 아나운서가 된 김성주는 다음해 MBC에서 퇴사해 프리랜서가 됐습니다. 그로인해 김성주는 오랜 기간 MBC에 출연하지 못했습니다. MBC가 외부 아나운서보다 MBC 아나운서 육성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기 때문이죠.
그렇게 타 방송사를 오가며 활약하던 김성주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중계를 맡으며 5년 만에 MBC로 복귀했습니다. 당시 6개월 가까이 파업 중이던 MBC 아나운서들의 공백으로 생긴 기회를 잡은 것입니다.
김성주는 2012년 7월 열린 런던 올림픽 중계진 기자간담회에서 “MBC에 오기로 결심하기 전까지는 파업이 얼마나 심한 상황인지 잘 몰랐다”며 “MBC의 상황이 어려운 만큼 스포츠 제작국장·아나운서 국장과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일단 회사가 어렵고, 올림픽에 대해 시청자들이 거는 기대가 많은 만큼 일단 MBC를 위해서는 해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회사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MBC가 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죠.
주 기자의 발언이 알려진 후 김성주를 향해 기회주의자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파업에 참여한 동료들을 발판 삼아 자신의 이익을 챙겼다는 얘깁니다.
MBC본부의 2012년 총파업,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총파업은 직원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그동안 부당한 방식으로 인사권을 휘두르고 제작에 개입한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었죠. 파업은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었습니다. 자신에게 돌아올 보복을 감수하면서도 방송 제작의 어려움을 느끼도록 경영진을 압박하기 위한 행동이었죠. 그 상황에서 김성주가 공백을 메우면서 동료들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파업에 참여한 이들이 없어도 방송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걸 보여준 것이니까요. 또 김성주가 프리랜서 선언 이후 어려움을 겪은 건 맞지만 Mnet ‘슈퍼스타K’의 성공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던 시기는 아니었다는 사실도 그를 향한 비판을 뒷받침해줍니다.
반대로 김성주를 비판하는 건 지나치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주범은 따로 있는 만큼 그가 모든 잘못을 뒤집어쓸 필요는 없다는 얘기죠. 회사 소속이 아닌 개인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아나운서로서 매력적인 제안을 받아들인 것 자체가 그렇게 큰 잘못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수년 간 MBC에 복귀하지 못하며 힘든 시기를 겪었던 김성주로서 그 기회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았을 겁니다. 동료들이 복귀하면 언제든 물러나겠다는 말도 했고요. 또 올림픽이라는 큰 스포츠 행사인 만큼 그가 아니어도 방송 제작은 문제없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성주는 논란 이후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JTBC ‘냉장고를 부탁해’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네티즌과 반대하는 네티즌 사이에 다툼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계속 묵묵부답하는 입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자신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뉘는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며 김성주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