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은 오는 5일부터 MBC ‘무한도전’ 대신 새 예능 ‘뜻밖의 Q’를 만나게 된다. 무려 13년 만에 일어난 토요일 오후의 변화다.

제작진과 MC들의 부담은 상당히 크다. ‘무한도전’의 영향으로 의도치 않게 시작 전부터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시즌2로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여운을 남겨 ‘뜻밖의 Q’가 임시로 방송되는 느낌도 들었다.

제작진과 MC들이 털어놓은 현재 심경은 지나치게 솔직했다. 보통 제작발표회에서 프로그램의 매력과 재미를 홍보하는 것과 다른 양상이었다. 첫 회 녹화가 잘 풀리지 않았다는 뜻밖의 고백을 하기도 했다. 아예 최행호 PD는 “2회부터 보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을 정도다.

3일 오전 10시 서울 성암로 상암 MBC 사옥에서 열린 ‘뜻밖의 Q’ 제작발표회에서 최행호 PD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이 제작진과 출연자, 아니면 출연자 사이의 대결 구도로 진행됐다면, 우리는 시청자와 출연자의 대결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이어 “홈페이지와 SNS, 오픈 채팅방을 이용해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 제작진이 생각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많았다. 시청자 참여 내용이 본격적으로 방송에 나오는 건 2회부터다”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부담감 탓이었을까, 준비 기간이 부족한 탓이었을까.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과 제작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첫 회 녹화가 마음처럼 잘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최행호 PD는 “첫 회 출연진을 가수로 했는데 부족한 점이 많이 보여서 2회부터 다채로운 구성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전현무는 “다양한 연령대의 가수들을 모셨는데 심각할 정도로 노래를 모르시더라”라며 “문제를 맞춰도 좋아하지 않고, 틀려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녹화장이 도서관도 아닌데 리액션이 없었다. 여기서 발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선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했다. ‘무한도전’의 후속 프로그램이 쉽지 않다는 걸 비유한 말이다. 이에 대해 전현무는 “첫 회를 녹화하고 독이 온 몸에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고, 이수근은 “난 독이 든 지도 모르고 마셨다. 얘기를 들으니 지금 아파오기 시작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뜻밖의 Q’는 빠르게 피드백을 반영하며 변화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최행호 PD는 “시청자들이 우리가 만든 판에 들어와서 같이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는 걸 만들어보려고 한다”며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의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과 함께 성장하고 커가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현무는 “우리가 1초에 한 번씩 웃겨도 ‘무한도전’ 팬들은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뜻밖의 Q’는 ‘무한도전’과 색깔이 다른 프로그램이다”라고 설명했다.

뜻밖의 상황에서 펼쳐지는 대국민 출제 퀴즈쇼를 표방하는 예능프로그램 ‘뜻밖의 Q’는 오는 5일 오후 6시25분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