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10부작 사전 제작 예능을 완성해 공개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다. 기획부터 섭외, 촬영, 편집, 자막까지 꼼꼼히 진행한 끝에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비교적 충분한 시간을 보장받은 덕분에 이전에 못했던 시도, 시간 부족으로 하지 못했던 후반 작업 등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이젠 시즌2 가능성을 넘보고 있다. 넷플릭스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이야기다.
9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김주형·조효진 PD는 제작사 컴퍼니 상상의 명함을 건넸다. SBS 프로듀서로 ‘런닝맨’을 만들며 이름을 알린 두 사람은 다수의 스타 PD와 함께 새 제작사를 만들었다. ‘범인은 바로 너’도 넷플릭스와 컴퍼니 상상의 합작품이다.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는 두 PD가 추리 예능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했다.
“‘범인은 바로 너’는 넷플릭스가 저희에게 뭔가를 같이 해보자고 얘기했을 때 갖고 있던 기획안 중 하나였어요. 단순한 추리가 아니라 예능을 합친 게임, 가상현실 같은 방식이었죠. 사실 가상현실에 대한 걸 해 보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그걸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풀면 현실적으로 구현하기가 힘들잖아요. 추리 장르를 하면 현실과 가장 어울리는 가상현실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평균 이하의 바보들이 추리를 펼친다는 콘셉트를 살리면 예능으로도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조효진)
이제 외국처럼 예능 프로그램이 시즌제로 제작되는 건 익숙해졌다. 하지만 사전 제작은 다르다. 여행 예능 등에서 촬영을 미리 마치는 경우는 있어도 편집까지 모두 마친 경우는 매우 드물다. ‘범인은 바로 너’는 넷플릭스 예능답게 마지막 편까지 100% 완성된 상태로 첫 회를 공개했다. 두 PD는 사전제작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 털어놨다.
“고민하는 시간을 길게 가질 수 있는 게 좋았어요. 사실 지상파 방송국에 있을 때에도 비용 때문에 구현되지 못한 건 없어요. 넷플릭스도 시장조사를 정확히 하고 들어가기 때문에 상상하는 것처럼 제작비가 많진 않거든요. 다만 제작비를 효율적으로 집행해서 구현하는 건 있어요. ‘범인은 바로 너’를 만드는 동안 시간 제약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못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런닝맨’ 때부터 음악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번에 정지훈 음악감독과 같이 작업하며 저희 고유의 색깔을 담았죠.”(김주형)
“사전 제작이라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머릿속에 있던 것들을 끄집어 낼 시간이 더 있었어요. 세트 설계도를 그리고 짓는 과정들은 사전제작이 아니었으면 어려웠을 것 같아요. 또 나중에 멤버들이 가상현실에 들어가서 풀어가는 상황을 그릴 때 카메라나 제작진이 화면에 걸리면 어색할 것 같더라고요. 저희는 드라마처럼 정확하게 카메라 각도를 계산해서 찍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후반 작업을 할 때 옆에 뛰는 VJ나 카메라를 지울 시간이 있었죠. 그걸 지우는 데만 한 달이 걸렸어요. 세트도 구멍을 뚫어서 찍은 다음에 프레임 별로 지운다던지 생각은 했지만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볼 수 있었어요.”(조효진)
‘범인은 바로 너’의 중심에는 방송인 유재석이 있다. “유재석이 나온다”라는 말 한 마디에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실린다. 실제 방송에서도 유재석이 중심을 잡고 이끌어나간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분위기를 바꾸는 건 물론, 모두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도 있다. 제작진은 유재석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고 했다.
“유재석이 ‘범인은 바로 너’에 어울렸어요. 넷플릭스와 얘기할 때 처음부터 유재석 얘기로 시작한 건 아니었거든요. 기획안 이야기를 나눈 다음 유재석을 만난 거예요. 김 PD와 얘기해 봐도 이걸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은 유재석밖에 없었어요. 한 팀으로 움직이는 멤버들의 성장기를 다루는데, 그걸 앞장서서 잡아줄 사람으로 유재석이 먼저 생각날 수밖에 없었죠. 리얼리티와 연기가 동시에 된다는 것도 있고요. 유재석에게 기획안을 보여주고 같이 해보겠냐고 얘기를 했어요. 그 때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라는 말이 첫 반응이었어요. 가상현실에 들어가서 리얼리티로 플레이하는 콘셉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결국엔 ‘재밌겠다’, ‘도전할 가치가 있겠다’고 얘기가 됐죠. ‘자꾸 기획안이 생각이 났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하시더라고요. 아마 유재석이 없었으면 기획을 수정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조효진)
넷플릭스에는 시청률이 없다. 스트리밍을 하는 시청자 숫자와 구독 시청자 숫자 등 인기를 확인할 수치는 있지만 공개되지 않는다. 두 PD도 넷플릭스로부터 어떤 수치도 받지 못했다며 답답해했다. 목표 시청률은 없지만 시즌2 제작이라는 목표가 있다고 입을 열었다.
“저희가 멤버들을 잘 짰다고 생각해요. 합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한 시즌 하기엔 아깝죠. 아마 반응에 따라 향후 시즌 제작 여부가 결정될 거예요. 이번 시즌에서 못해본 것들을 다음 시즌에서 해봤으면 좋겠다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김주형)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