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방안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종부세는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토지와 주택 소유자에 대해 별도로 누진세율을 적용해 국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노무현 정부 당시 대표적인 부동산 세제였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 사실상 영향력이 상실됐다. 문재인 정부는 완화된 종부세 적용을 다시 강화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종부세 정책 적용이 곧바로 시장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 부활하는 종부세 강화, 시장 규제 보다는 투기 억제
참여정부 당시 적용한 종부세는 인별 합산 방법으로 주택의 과세기준 금액을 9억원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부과 대상을 1가구 1주택 9억원 초과로 완화했다. 고령자·장기보유자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주택 세율도 낮췄다.
주택 세율은 4단계 1∼3%에서 5단계 0.5∼2%로 낮췄다. 과세표준 시작 금액도 주택의 경우 3억원 이하에서 6억원 이하로 올렸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80%로 통일했다.
문재인 정부는 완화된 종부세 적용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정부 재정개혁특위가 발표한 종부세 단기개편 방안 시나리오에 따르면 ▲종부세 과표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간 10% 올려 기존 80%에서 100%로 인상하는 방안 ▲최고세율을 2%에서 2.5%로 올리는 방안 및 절충방안 ▲1주택자와 다주택자를 차등 과세 방안 등이다.
종부세 강화는 모든 납세의무자에 대한 과세방안이라기 보다는 부동산 과대보유자에 대한 세금 강화와 투기억제가 목적이다. 때문에 고가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서민은 해당되지 않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는 “종부세제 개편안이 시나리오 형태로 다양하게 제시되면서 세수증세 효과와 시장파급의 경중은 차이를 보일 수 있으나 수도권 및 고가주택·다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은 불가피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 비율을 과거보다 현실화한 상태에서 공시가격의 80%였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인상해 종부세 과세표준을 키우고 세율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서울 등 9억원 이상 고가주택들의 종부세 실효세율은 과거보다 높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시장 큰 여파는 없지만…신규 수요 및 거래시장 심리적 위축 가능성↑
정부의 종부세 강화가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설명했듯이 종부세는 부동산을 소유한 모든 납세자에 대한 과세가 아닌 투기완화 및 고가 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정책이어서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종부세는 특정 계층을 중심으로 하는 과세이고 거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고가 주택자들 입장을 보더라도 종부세가 적용된다고 해서 곧바로 매물을 팔 가능성은 없다. 다만 다주택 소유자들의 경우에는 매물을 매도할 가능성은 있다”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 역시 “강남 지역 등은 이미 종부세 대상이었지만 집값이 고공행진했다. 종부세 과세가 부담이 되겠지만 집값 상승과 비교한다면 큰 타격을 주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규 수요 및 거래 등의 심리적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종부세 과세 강화에 따라 고가 부동산이 몰려 있는 서울 등 수도권은 거래시장의 심리적 타격이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직방 빅데이터랩에 따르면 종부세액의 72%(1조1041억7000만 원)는 법인이 부담하고 있으나 개인에게 부과된 4256억2000만 원 중 79.1%는 수도권에 쏠려 있다. 과세 강화에 대한 부담이 이들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부동산 수요억제 정책에 이어 부동산 보유세 과세 강화까지 발표된 터라 여름 비수기 거래소강 상태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라며 “기존주택시장에서 분양시장으로 이동한 수요자의 구매선호를 고려할 때 기존 주택시장의 거래동결과 수요위축은 연내 지속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라고 분석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종부세 정책이 고가 주택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 규제는 부동산시장에서 심리적 위축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