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소의 영구정지 등 가동 중단이 증가하는 가운데 원전해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업계는 25일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2024 원전해체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하고 국내 원전해체 준비현황 및 기술개발 동향에 대해 점검했다.
글로벌 원전해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492조원 규모로, 전 세계 영구정지 원전은 211기, 운영원전은 415기다. 해체 준비 중인 원전은 89기다. 다만 영구정지 원전 중 실제로 완전 해체된 사례는 총 22건(미국 17건, 독일 4건, 일본 1건)에 불과해 관련 시장은 오는 2030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역시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에 대한 해체 작업이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 ‘국내 원전해체 사업 추진 현황과 계획’에 대해 발표한 정형우 한수원 원전사후관리처 해체계획부장은 “2017년 멈춘 고리1호기는 내년 상반기 해체 승인을 계획하고 있고, 2019년 멈춘 월성1호기의 경우 해체계획서를 수립해 주민 수용 등 절차를 거쳐 정부에 신청한 상태로 2027년 해체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한수원 본사 원전사후관리처, 한국원자력산업협회, 한국원자력산업환경복원연구원 등 연구기관과, 한국전력기술(고리), 대우건설(월성), 그리고 현대건설,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등 여러 국내외 기관들과 직간접적으로 협력해 해체사업을 원활히 추진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형우 부장은 “특히 원자로헤드, 증기발생기 등 대형폐기물 처리에 대해서도 정부 육성 대책에 따라 우리 기술로 해체를 실현하기 위해 R&D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전해체 글로벌 경쟁력 강화 R&D 추진 현황’에 대해 발표한 최훈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 원자력환경PD는 “2022년 12월 산업부는 ‘2030 글로벌 원전해체 시장 본격 진출’을 목표로 기술, 시장, 인프라 부문서 3대 추진 전략을 발표, 해외수주 1억달러, 전문기업 40개 육성, 전문인력 2000명 양성을 목표로 밝힌 바 있다”면서 “저희 연구기관은 지난해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주관한 R&D 육성 계획을 바탕으로 ‘현장맞춤형 해체 기술경쟁력 강화’, ‘원전해체 핵종분석 및 실증기반 구축’, ‘안전성 강화 해체 선도기술개발’ 중심의 R&D 과제들을 수행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PD는 원복연·에기평 등에서 추진 중인 원전해체 R&D 예타 과제로 SUS(스테인리스) 200mm 기준 1분당 10mm 절단하는 ‘경수로용 수중 레이저 절단 헤드 실증’과 SUS 30mm 기준 1분당 250mm 절단하는 ‘중수로용 공기중 레이저 절단 헤드 실증’ 개발, ‘방사성 콘크리트 폐기물 가열본쇄 기반 고도감용 공정 실증 개발’ 등을 소개했다. 최 PD는 “아직 착수 2년차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성과까진 없지만, 내년 상반기쯤 되면 실제로 구축된 시스템을 보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 원전해체산업에 대해 발표한 이병식 단국대 과학기술대학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미국은 원자력발전사업자가 해체전문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해당 작업을 인계하는 자산매각해체모델 방식을 점차 많이 채택하며 당장 해체 예정된 24기 중 10기가 이 같은 모델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이 모델 방식은 원자력발전사업자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해체전문사업자가 작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전문성·안전성은 물론, 훨씬 빠르고 비용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독일은 정부가 원전해체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를 갖고 있어 시장 자체는 다른 나라 대비 유리하지만, 신속한 해체에 대한 인센티브가 아직까지 부족하고, 중저준위 폐기물 최종 처분에 대한 지연과 불확실성,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불확실성 등 인식으로 사업 추진 자체는 더딘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원전해체 사업의 ‘규모의 경제’를 목표로 국내외 원전해체 기업 간 컨소시엄 구축 활성화를 통해 관련 지식은 공유하고 위험은 분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고리1호기, 월성1호기 해체 이후에 그 다음 원전해체에 대한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해외 해체시장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美 원전해체 기업 NorthStar 등의 수주 사례를 보면 미국 시장은 확실히 기술력 등 자력을 갖춘 회사에 열려 있기 때문에 우리 역시 자력을 갖추면 해외 시장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축사를 맡은 이호현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492조원 규모로 전망되는 글로벌 원전해체 시장은 로봇, 디지털트윈, 신소재 등 첨단기술이 융복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원전산업 역량을 토대로 원전해체 기술력을 확보해 국내 원전해체에 대비하고 글로벌 시장을 주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앞서 한수원은 슬로바키아 국영기업인 야비스(JAVYS)와 원전해체 및 방사성폐기물(방폐물) 관리 분야의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원전 해체와 방폐물 관리 분야의 기술 교류, 인력 양성, 공급망 관리 등 협력을 위해 기술 세미나, 워크숍 등을 개최하며 경험을 공유하기로 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야비스와의 협력은 한국의 원전해체 기술력과 방폐물 관리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원자력 해체시장에서 한수원의 입지를 넓히고, 이를 통해 향후 해외 해체시장을 선점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