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명과암]① ‘저녁이 있는 삶’ 근로자·기업 ‘win-win’ 기대

[주52시간 명과암]① ‘저녁이 있는 삶’ 근로자·기업 ‘win-win’ 기대

기사승인 2018-07-09 05:00:00

#대기업에 근무 중인 김연화씨(32·가명) 52시간이 시행됨에 따라 일과 생활의 균형, 즉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가능해졌다. 저녁시간이 비면서 자기계발을 위해 학원에도 등록했다. 김 씨는 일로만 가득 찼던 삶에 작은 여유가 생긴 기분이라며 "결혼 후 육아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주 52시간이 시행되면서 결혼 후 일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시대가 열렸다. 근로자 300인 이상 공공기관과 기업 종사자들은 주당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해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어서는 안된다. 1953년과 1989년 근로기준법 제·개정, 2004년 주5일제 전면 도입 이래 14년만에 찾아온 노동환경의 큰 변화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는 현재의 저임금·장시간근무 환경을 탈피하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로 2016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연 2052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07시간보다 많았다.

우선적용 대상인 300인 이상 기업 중 대기업들은 큰 혼란 없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대기업들은 기존의 ‘9 to 6(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라는 일률적인 근로시간 제도에서 벗어나 선택적 시간근로제, 재량근로제 등 유연근무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영업시간 단축·선택적 근로제업계별 맞춤 근무제 도입

삼성전자는 월 단위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기존의 주 단위로 최소 20시간을 근무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율에 맡겨왔던 자율 출퇴근제를 월단위로 확대한 개념이다. 직원들은 월평균 주 40시간 이내에서 출퇴근과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또 직무별 특성을 고려한 제도도 시행된다. 삼성은 신제품·신기술 연구개발(R&D) 직원을 대상으로 재량 근무제를 시행한다.

LG전자는 사무직 직원들이 하루 근무시간을 최소 4시간에서 최대 12시간까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도 4월부터 2주 단위로 80시간 내에서 직원 스스로 업무시간을 설계하는 자율적 선택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 5월부터 본사 일부 조직을 대상으로 집중 업무시간(오전 10~오후 4)외에 자유롭게 출퇴근이 가능한 유연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부터 주당 근로시간을 대기업 최초로 35시간으로 단축했다. 35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신세계 임직원은 하루 7시간 근무한다. 이마트는 폐점시간을 앞당겨 오후 11시에 문을 닫는다. 신세계푸드 등의 생산직과 협력사 직원들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점차 근로시간 단축대상이 확대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생산직군에 있어 2015년부터 43교대를 시행해왔으며 규모가 작아 적용하지 못했던 일부 사업장도 3교대 정착에 나선다. 사무직의 경우 PC 오프제를 통해 기본 8시간 근무 이후에는 자동으로 컴퓨터가 꺼진다. 연장근무를 위해서는 사전 결재를 맡아야 한다.

롯데그룹 역시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주류, 롯데푸드 등 관련 4개 계열사 대상으로 생산직 근로자를 10% 추가 채용했다. PC 오프제와 집중근무제, 유연근무제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영업직 사원의 경우 업무용 단말기가 근무시간 외에 작동되지 않는 스마트SFA(Sales Forces Automation) 오프제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이달 1일부터 서울역점과 빅마켓 5개 매장을 뺀 전 점포의 영업 종료시간을 자정에서 밤 11시로 맞췄다. 홈플러스도 안산 고잔점과 전남 순천 풍덕점 점포를 비롯해 영업시간 조정 점포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과 아울렛 점포 직원을 대상으로 퇴근시각을 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등 백화점 13개 점포와 현대아울렛 4개점(김포점·송도점·동대문점·가든파이브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기존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8시 퇴근하던 것에서 퇴근시각이 오후 7시로 1시간 앞당겨진다.

GS홈쇼핑은 오전 10~11, 오후 2~4시는 집중 근로시간으로 지정해 팀 내·외부 미팅을 최소화 하도록 했다. 당일 끝내지 않으면 안되는 필수 업무를 수행해 오후 6시 퇴근을 정례했다. IT 등 업무가 특수한 부서를 고려해 ‘2주간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물론 근로 편의를 위해 오전 10시 출근~오후 7시 퇴근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외식업계 저녁 있는 삶으로 소비향상 기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분류되는 급식·프랜차이즈 업계는 과거 근로기준법상 특례업종에 포함돼 1년의 유예기간을 받았다.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커피, 나뚜루팝, TGIF 등을 운영하는 롯데지알에스는 자율근무제와 함께 업무 종료시 강제 PC 종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은 가정의 날로 정해 야근 최소화에 나섰다. 직영점은 최소 3~5명의 관리자 배치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BBQ는 야간근무 지양과 PC 온오프제, 주말근무시 대체휴일 부과 등을 적용하고 있다. bhc는 평일 오후 6시 칼퇴근을 보장하고, 주말근무를 최소화하는 방침을 갖고 있다. 공휴일 사이에 낀 샌드위치 데이에는 휴무를 실시하는 등 근로시간 줄이기 나섰다. 교촌치킨은 300인 미만 기업에 해당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해졌다.

외식업계에서는 회식절벽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오히려 가족·지인단위 외식 인원이 늘어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52시간 업무로 인해 회식이 줄어 업계 위축이 예상된다고는 하지만 기우(杞憂)일 것이라면서 “‘저녁 있는 삶으로 개인·가족 단위 소비가 늘어난다면 외식업계 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


조현우, 구현화, 배성은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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