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라(奈良)와 와카야마(和歌山) 지역의 명문 사학 치벤학원 수학여행단이 44년째 경북 경주를 찾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일본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치벤학원 설립자인 故 후지타 테루키요(藤田照清) 초대 이사장이 1975년부터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의 뜻'과 '일본 문화의 원류는 신라와 백제'라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시작됐다고 한다.
지금은 선친의 유지와 교육이념을 이어받아 후지타 키요시(藤田清司) 이사장이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치벤학원 와카야마고등학교와 나라 칼리지, 나라 고등학교에서 43명의 학생이 경주를 방문했다.
현재까지 경주로 수학여행을 다녀간 학생은 무려 2만1000여명에 이른다.
주낙영 시장은 지난 8일 더케이호텔에서 가진 치벤학원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양국 학생들의 교류가 많을수록 보다 발전적인 한·일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며 "향후 지역 고등학교와 자매결연, 홈스테이, 문화체험 등 교류의 폭을 확대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북한 미사일 발사 등으로 국제 정세가 얼어붙으면서 이들의 경주 방문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김석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나서 이 위기를 타개했다.
김 의원은 오사카 총영사 시절부터 치벤학원 이사장을 직접 만나 경주에 수학여행단을 계속 보내줄 것을 부탁하는 등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지난해에도 수학여행단을 설득해 13명을 모집, 그 명맥을 이었다.
김석기 의원은 "한일관계가 경색돼 있을수록 양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의 교류가 더욱 필요하다"면서 "양국 학생들이 손쉽게 오갈 수 있도록 현재 추진중인 경주~교토 간 뱃길연결 사업 실현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에 후지타 키요시 이사장은 "내년에도 변함없이 수학여행단이 경주를 방문할 것"이라며 "더 많은 수학여행단이 경주를 찾아 지역 학생들과 교류의 폭을 넓혀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치벤학원 수학여행단은 지난 8일 경주를 시작으로 대전과 공주를 거쳐 서울로 상경해 자매학교인 서울 한양공고 학생들과 교류회를 끝으로 4박 5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경주=성민규 기자 smg5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