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초대형IB 사업의 핵심 축인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NH투자증권은 농협금융그룹 계열사의 지원을 통해 사업 시너지를 내고 있다. KB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도 은행 계열사와 함께 사업 부문을 보다 강화하고 있다.
실제 금융지주 내 증권사들은 은행을 제외하고 수익 창출에 있어서 핵심 계열사로 부상하고 있다. 산업 계열 증권사들이 구조적 한계로 인해 사업 확장이 쉽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사업 투자에 있어서 보수적인 은행권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점, 은행권과 겹치는 사업 영역에 있는 만큼 공격적 투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또한 금융지주사 내부 이해관계도 있는 만큼 계열사 수장의 장기적인 운영도 어렵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은행과 CIB(기업투자금융) 방식의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CIB란 상업은행(CB)과 투자은행(IB)을 결합한 말로 기업금융과 IB업무를 연계하는 업무를 의미한다.
최근 초대형IB사업 인가를 받은 NH투자증권은 범농협 계열사와 함께 밸류체인(은행-증권-캐피탈-저축은행 영업점 연계)을 구축해 공동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영역인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도 공동으로 나설 계획이다.
앞서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 NH농협은행 본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800조원에 달하는 범농협 자금력을 바탕으로 NH투자증권의 투자은행(IB) 역량을 결집해 기업투자금융(CIB) 공동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B증권도 은행 및 운용사 등 KB금융그룹 계열사와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대출, 예금, 외환은 물론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기업공개(IPO) 등 증권과 은행을 아우르는 금융 서비스인 CIB(기업투자금융)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KB증권은 출범 후 중견·중소기업 대상의 CIB사업을 추진할 SME(중소기업) 금융본부를 신설했다. KB증권은 KB국민은행과 함께 전국 주요 핵심지역 8곳에 CIB 센터를 열어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IB업무의 핵심 중 하나인 부동산금융본부 산하에 부동산솔루션실을 신설했다. 배기주 KEB하나은행 IB사업단장이 IB그룹장을 겸직한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간 IB 협업 사례로 대표적인 것은 광명 의료복합클로서트 조성사업이다. 해당 사업에 자산신탁, 은행, 캐피탈이 함께 참여했다. 은행 채널을 활용한 IB 딜(Deal)도 발굴하고 있다. 이원다이에그노믹스 IPO 인수, 티웨이항공 IPO 인수, 현대·SK·롯데그룹 계열사 회사채, 현대중공업 유상증자 등은 은행 기업영업채널을 통해 공동마케팅을 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금융그룹 차원에서 IB영역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IB)의 지위를 허가 받은 신한금융투자는 계열사별로 분리된 IB영역을 집결시켰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7월 증권과 은행, 지주, 생명, 캐피탈의 투자 역량을 집결한 GIB(Group & Global Investment Banking Group) 사업부문을 출범했다. 기존 CIB(기업투자금융)에서 한발 나아간 개념이다. 신한금융그룹의 계열사별로 분리된 IB 영역을 GIB로 집중시켰다.
이 같은 사업 협업은 실적 상승이라는 ‘시너지’를 이끌어냈다.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늘어났다.
4대 지주 계열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은 총 693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의 4385억원보다 58.1% 급증한 액수다.
가장 순익이 많은 곳은 NH투자증권이었으며 신한금융투자는 가장 높은 순익 증가율을 나타냈다.
다만 금융지주의 지배를 받는 구조라는 점은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다. 모(母)기업 은행 내부 역학관계에 따라서 증권사 수장의 연임이나 인사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투자, 신한금투 등은 금융지주사 내부 임원들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진국 사장의 경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동문(성균관대)으로 알려진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B증권은 현재 윤경은, 전병조 각자 대표라는 투톱 체제를 이어가고 있지만 올해 임기가 만료된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이들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