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전 부사장이 액상 대마 밀수·흡연 혐의로 구속되면서 승계구도의 저울 추가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에게로 기울게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허진수 부사장이 대·내외적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인 적이 많지 않아 짐이 버거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7일 서울동부지검 형사 3부는 하루 전인 6일 허 전 부사장을 마야규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허 전 부사장의 액상 대마 밀수 경로와 공범 유무 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은 논란이 불거지자 허 전 부사장을 경영 일선에서 영구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SPC그룹은 허희수 부사장에 대해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즉시 물러나도록 했으며 향후 경영에서도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했다”고 강조했다.
그룹 차원의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지면서 사실상 SPC그룹의 승계 구도가 사실상 정리됐다.
허 회장은 2015년 당시 허진수·허희수 부사장 등 두 아들을 모두 삼립식품 등기이사에 올렸다. 일각에서는 허 회장이 두 아들의 경쟁구도를 통해 승계를 결정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두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비슷하다는 점도 이러한 예측에 힘을 실었다. 허진수 부사장과 허희수 부사장은 SPC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파리크라상 지분을 각각 20.2%, 12.7% 보유하고 있다. 파리크라상은 허영인 회장(63.5%)과 부인 이미향 씨(3.6%)의 지분을 포함해 오너가 지분율이 100%인 회사다.
또한 주력 계열사이자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의 지분도 각각 11.47%, 11.44% 가지고 있어 사실상 그룹 지배력이 동등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다만 이번 논란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대외적으로 허희수 부사장이 조금 앞서있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형인 허진수 부사장은 그룹 내 연구개발과 해외사업을 맡아 주력 브랜드인 파리바게뜨 해외매장 확장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파리바게뜨의 2016년 해외 매출은 32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 증가했다. 매장 숫자 역시 지난해 말 기준 311개로 전년 대비 55개 늘어났다. 다만 눈에 띌 정도의 성과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2007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처음 경영에 참여한 허희수 전 부사장은 2016년 미국 버거 체인점인 ‘쉐이크쉑’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주목을 받았다. 허 전 부사장은 쉐이크쉑 버거 론칭과 관련해 전 단계에 직접 참여하면서 사실상 사업을 진두지휘했다는 평을 받았다. 쉐이크쉑 버거의 성공적인 론칭 이후 허 전 부사장은 같은해 10월 부사장에 승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허진수 부사장과 허희수 전 부사장이 그룹 내에서 경쟁하는 구도를 보여왔고 허 회장이 특별히 한 쪽을 편해하지도 않아 ‘형제의 난’ 우려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사실상 허진수 부사장에게 추가 기운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허진수 부사장은 이러한 승계구도를 굳히기 위한 ‘한 방’이 반드시 필요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