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자동분류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택배기사의 생활이 달라지고 있다. 이전에는 택배기사들이 아침 7시에 출근해 자신이 배달해야할 택배화물들을 일일이 골라내야만 했다. 하지만 휠소터가 설치되면서 이제는 택배물품이 자동으로 분류돼 앞에 놓여진 물품만을 정리하면 된다.
9일 오전 10시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양천서브 현장. 대전에 위치한 허브 터미널(대분류)에서 도착한 상품들이 컨베이어벨트 위에 놓여 무수히 지나가고 있었다. 'ITS(Intelligent Scanner) 인텔리전트 스캐너'가 설치된 커다란 부스를 통과하자 부스 안에 설치된 바코드 리더기가 택배 상자에 붙어있는 운송장 정보를 빠르게 읽었다. 입력된 정보에 따라 휠소터가 회전하며 해당 지역 담당자 앞으로 택배를 전달했다. 택배기사는 이를 모아 차량에 적재했다.
CJ대한통운은 휠소터를 2016년 11월 최초로 도입됐다. 휠소터(Wheel Sorter)는 택배 상품에 부착된 송장의 바코드를 빠르게 인식한 후 컨베이어벨트 곳곳에 설치된 소형 바퀴(휠)를 통해 택배 상자를 배송지역별로 자동 분류하는 장비를 말한다. 현재 전국에 145개 터미널에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올해 말까지 전국 178개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자동분류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작업 시간과 노동 강도가 크게 줄었다고 CJ대한통운 측은 설명했다. 과거 택배기사들은 상품을 인수하기 위해 아침 7시까지 출근했지만 자동화되면서 작업 시간이 예전의 최대 1/3의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택배기사들은 동료들과 3인 1조, 6인 1조, 9인 1조로 조를 편성하거나 5~6명이 돈을 모아 물류도우미를 고용하는 방법으로 바뀌고 있다.
양천서브에서 10년간 일해 왔다는 김영자(가명)씨도 "자동분류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업무 강도가 예전보다 훨씬 줄었다"며 "이전만 하더라도 아침 일찍 출근해 분류작업이 끝날 때까지 컨베이어벨트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는데 지금은 바로 앞에 놓인 상품만 정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 택배기사와 협업을 통해 돌아가면서 분류작업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최우석 CJ대한통운 택배사업 본부장은 "전국의 1만7000여명의 배송기사가 일평균 400만 박스를 처리하고 있는데 자동분류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기사들로부터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이에 따라 숙달된 택배기사는 시간당 60개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이에 따라 기사들의 수익도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조는 여전히 분류작업에 대한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 분류작업도 노동시간으로 인정해 줘야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 본부장은 "택배상품 분류 작업이 택배배송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이미 나왔으며 자동 분류 시스템을 도입되면서 분류시간이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물류도우미를 고용하면 일의 효율성의 더욱 증대될 것"이라며 "분류도우미를 사용하면 택배기사는 배송에 전념할 수 있고, 하루 2회 배송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도 발생한다"고 밝혔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