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2명이 숨지고 마을 주민이 중상을 입은 엽총 난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 봉화경찰서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수사 진행사항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봉화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9시10분께 범인 A씨(77)가 마을 주민에게 엽총 3발을 발사해 총상을 입힌 뒤 자신의 차량을 타고 소천면사무소로 이동, 오전 9시30분께 면사무소에 근무 중이던 공무원 2명에게 각 1발씩 엽총을 쏴 사망케 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범행 동기는 약 2년 전부터 마을 주민 B씨(48)와 상수도 문제, 쓰레기 소각 등의 문제로 갈등을 겪어오다 범행을 저지르는가 하면 해당 민원처리가 지지부진 하다는데 불만을 품고 공무원에게 엽총을 난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 발생 전후 A씨의 행적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차 범행 후 A씨가 2차 범행을 위해 소천면사무소로 이동하던 중 소천파출소 주변을 배회한 사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게 없다”고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앞서 A씨가 유해조수구제용으로 엽총을 허가 받아 7월부터 8월까지 10여 차례 입출고를 하면서 마을 주민들이 위협을 느낀다는 진정을 경찰에 접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총기를 회수했지만,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라는 진술을 확보하고 다시 총기를 정상 출고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이 이미 사건 발생을 예측할 수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 등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2차 범행을 위해 이동하던 중 A씨가 소천파출소 주변을 배회한 문제는 범행과정과 심리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나중에 조사할 계획”이라고 짧게 답해 각종 의혹을 양산하고 있다.
현재 A씨의 행동에 대해 2차 범행 장소 주변에 경찰 유무를 살핀 것인지, 1차 범행 후 자수를 위해서인지, 평소 총기 반출 등에 불만을 품고 경찰에게도 위해를 가하려고 한 것인지 등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
이에 대해 경찰은 “총기소지허가와 유해조수포획허가 등의 법률을 바탕으로 총기를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고 한 결같이 주장했다.
또 “CCTV 확인 결과 알져진 것처럼 A씨가 범행을 위해 소천면사무소로 가던 중 파출소에 들러 문을 흔들었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며 “단지 소천면사무소로 가는 길목이기 때문에 A씨가 파출소 주변으로 이동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A씨 역시 경찰에 “별다른 의미 없이 그냥 한바퀴 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화군 한 주민은 “경찰이 자꾸 법률상 어쩔 수 없다는 등의 핑계를 대지만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치안을 펼쳤다면 이번 사건을 막을 수 있지만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조용하던 지역사회에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봉화=권기웅 기자 zebo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