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우울증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여성 우울증 환자가 남성의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우울증 건강보험 진료환자는 68만1000명으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이 중 남성은 22만5840명이었고, 여성은 45만4920명으로 2배 이상 많았다.
우울증은 우울감, 의욕저하, 흥미 상실, 수면장애 등을 주요 증상으로 해 다양한 인지 및 정신, 신체 증상을 일으켜 일상생활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을 의미한다. 우울증은 일시적인 우울감과는 다르며 개인적인 의지로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우울증 건강보험 진료환자는 16% 가량 증가했다. 2012년 58만7860명 이었던 우울증 환자는 2013년 58만4910명, 2014년 58만4949명이었다가 2015년 60만4370명으로 연간 진료인원이 60만명을 넘었다. 이에 따라 2017년 우울증 환자는 2012년 보다 15.9% 늘었다.
또한 남성은 2012년 18만2162명에서 2017년 22만5840명으로 24.0% 늘었고, 여성은 2012년 40만65698명에서 2017년 45만54920명으로 12.1% 증가했다. 지난 5년 동안 매년 우울증 진료환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2.1배 가량 많았다.
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재섭 교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이 많은 이유로 ‘여성 호르몬의 영향’을 꼽았다. 박재섭 교수는 “여성은 월경, 출산, 폐경 등에 따른 호르몬 변화가 극심한 경우 감정의 흔들림을 경험할 가능성이 커진다. 중년기 여성들이 폐경 전후에 겪게 되는 호르몬 변화는 생물학 적인 차이 이외에도 사회적 환경 및 기대되는 역할의 차이도 여성 우울증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교수는 “여성들은 육아 및 가사와 직장생활의 병행, 시부모님과의 갈등, 남성중심 사회에서의 생활 등으로 사회적인 면에서나 또는 가정적인 측면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경험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남성들의 경우 우울 증상의 표현을 꺼리거나 알코올과 같은 물질 사용이 우울증상을 가리기 때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령별 우울증 진료인원은 고령층이 많았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연령별 우울증 진료인원은 70대 이상이 16만6000명으로 24.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가 12만2000명(17.9%), 50대 11만8000명(17.3%) 순이었다.
남성 우울증 진료인원은 70대 이상(5만명, 22.0%)이 가장 많았고, 60대(3만7000명, 16.2%), 50대(3만 6000명, 16.1%)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70대 이상(11만6000명, 25.5%)이 가장 많았고, 60대(8만5000명, 18.7%), 50대(8만1000명, 17.8%) 순으로 확인됐다. 특히 또 인구 10만 명당 진료인원은 70대 여성이 430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60대 여성 3035명, 50대 여성 1955명 순이었다.
노인층에서 우울증 증가가 높은 이유에 대해 박재섭 교수는 “경제력 상실, 신체기능 저하, 각종 내외과적 질환, 사별과 같은 생활사건 등을 노인 우울증의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최근 가족 제도 변화에 따른 독거노인의 증가와 가족 내 갈등 증가,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늘어나는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꼽았다.
박 교수는 “재발과 악화를 반복하는 우울증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 재발과 악화로 반복적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을 방치한 경우에도 치료를 하면 호전이 가능하지만 초기에 치료한 경우보다 더 오랜 기간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면서 “어떤 하나의 치료법이 월등이 우수하지는 않으므로 전문가와의 상담으로 여러 치료법 중 나에게 맞는 치료방법을 찾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