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전문가들이 고려 황제가 정무를 펼쳤던 정궁 ‘개성 만월대’에 대한 공동 발굴을 재개한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문화재청, 통일부와 함께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 재개를 위해 지난 6일 개성에서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와 실무협의를 열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실무협의에 참석한 남북 관계자들은 9월27일부터 12월27일까지 3개월간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조사와 유적 보존사업을 진행한다. 이와 관련 다음달 2일 남북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착수식도 개최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남과 북은 우선 제8차 공동발굴 지역을 훼손이 심한 ‘만월대 중심 건축군 서편 축대 부분’으로 합의했다. 발굴 이후에는 남북의 전문가들이 보존정비방안을 논의하여 축대 부분의 정비까지 사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개성 만월대는 400여년간 고려의 황제가 정무를 펼치던 정궁으로 자연지세를 살린 독특한 건물 배치를 이루고 있다. 당시 화려했던 고려문화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우리 민족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은 2005년 제17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합의한 후 2006년 남측의 남북역사학자협의회와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가 첫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남북 발굴단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총 7차에 걸쳐 공동으로 조사를 진행해, 약 40여동의 건물터와 금속활자, 청자, 도자기 등 약 1만6500여점의 유물을 발굴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실무협의에서 남측 관계자들은 ‘씨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공동등재, 평양 고구려고분 남북 공동발굴, 3·1운동 100주년 남북공동 유적조사와 학술회의, ‘겨레말 큰사전’ 남북 공동 편찬사업을 북측에 제안했다.

정부는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조사는 그동안 중단되었던 문화재 분야의 남북교류 협력을 재개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이번 공동 발굴조사를 계기로 평양 고구려고분 남북 공동조사 등 남북 간 협력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