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수확이 코앞인데 흙먼지가 날려 색이나질 않는데다 각종 도로공사로 인한 진동으로 멀쩡하던 집안에 균열까지 생기기 시작해 불안합니다”
경북 안동시 임동면 갈전리 일대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A씨(67·여)는 올해 초부터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시행 중인 ‘안동~영덕 국도건설공사’ 때문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A씨와 주민 등에 따르면 최근 활발한 공사가 진행되면서 사과밭 주변으로 대형트럭이 다니다보니 비산먼지가 발생, 이 먼지가 수확을 앞둔 사과를 뒤덮어 색이 나지 않고 있다.
또 공사에 사용되는 것으로 보이는 대형발전기가 가동되면서 발생하는 매연이 사과밭으로 유입돼 기름 냄새가 사과에 스며들까 우려스러워 했다.
이러한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자 안동시는 “매연 관련 법적 제재 규정이 없다”면서도 여러 차례 공사현장을 찾아 시정 요구를 했고 공사업체는 발전기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그러나 비산먼지 발생 문제는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을 답사한 안동시 관계자는 “먼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살수차를 운영하는 등 민원 발생을 최소화해 달라고 지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체는 먼지가 발생해도 그대로 공사를 강행하는 경우가 잦아 계속해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공사장 주변 주택에 발생하기 시작한 ‘건물균열’이다.
도로를 다지는 대형공사기계와 대형트럭 등이 주택과 불과 50~1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수시로 움직이다보니 여기서 발생한 진동이 고스란히 주민이 거주하는 주택으로 전해오고 있다. 여기에다 터널을 뚫기 위한 발파작업까지 앞두고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A씨 등 마을 주민들은 최근 지진 등으로 민감한 시기 혹시 집이라도 무너져 내릴까 걱정이 앞서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A씨와 B씨 주택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또 주민 C씨도 “공사가 한창일 때 집안에 앉아 있으면 심하게 진동이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이 마을 주택들은 대부분 건축된 지 최소 30년에서 최대 50년 이상이 흐른데다 콘크리트블록 외벽 주택이라서 작은 외부 충격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공사초기 공사업체는 이런 사태를 미리 알기라도 한 듯 마을회관 등을 돌며 균열이 생긴 곳이 있는지 확인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공사로 인한 위험성 등을 마을 주민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아 ‘주민들을 무시한 막무가내 공사’라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A씨는 “아무리 국가가 시행하는 사업이라도 ‘막무가내식’ 공사는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이게 모두 공사비를 아껴 주민들은 어떻게 되든 말든 자신들의 잇속만 채우려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공사과정에 미흡한 부분은 수정할 것”이라며 “건물균열과 관련해서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한 2000억 원대 ‘안동~영덕 국도건설공사’는 S기업이 안동시 임동면, 청송군 진보면, 영덕군 지품면에 걸쳐 2023년까지 터널, 도로선형개량 등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안동=권기웅 기자 zebo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