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의 환자샤우팅] 영안실 7년, 딸의 의료사고 진실찾기 나섰던 아버지

[안기종의 환자샤우팅] 영안실 7년, 딸의 의료사고 진실찾기 나섰던 아버지

의료사고 입증의 어려움을 시청각적으로 보여준 안타깝고 슬픈 사건

기사승인 2018-11-23 18:18:35

“입원한 기간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병실에 쪼그리고 누워 딸을 간병했습니다. 병실 청소도 제가 다 했습니다. 간병수첩에는 딸의 몸 상태와 간병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정말 지극 정성으로 딸을 간병했습니다. 그러나 제 딸은 지금 이 세상에 없습니다. 의료사고로 사망해 몸은 차디찬 대학병원 영안실 냉동보관소에 7년째 누워 있습니다.”

민주 양 아버지는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했다.

2012년 4월 14일 민주 양이 의료사고로 사망한 후 부모는 장례를 미루고 진실 찾기에 나섰다. 그 사이 민주 양 49구제가 되자 부모는 사진을 보면 감정이 주체되지 않아 앨범에 있는 사진을 모두 불태웠다. 그런데 민주 양은 영화 '장군의 아들' 주인공으로 유명한 배우 박상민 씨 팬클럽에서 열심히 활동했다. 박상민 씨도 민주 양을 팬으로써 많이 예뻐해 주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어 딸이 박상민 씨와 함께 찍은 사진은 차마 불태우지 못하고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고 했다.

◇수술 후 뇌압 감소 위해 사용한 약제 투약오류 사건

대학병원에서 의료사고 의혹으로 2012년 4월 14일 사망한 당시 31세 김민주 양의 아버지 김국선 씨는 장례를 미루고 영안실 냉동보관소에 7년 동안이나 사랑하는 딸을 둔 채 사망원인을 찾기 위해 뛰었지만 결국 실패하고 내일 11월 24일 장례를 치러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민주 양은 2012년 2월 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신경외과 전문의로부터 디스크 신경에 문제가 생겨 목이 휘는 현상인 ‘연축성 사경증’ 진단을 받았다. 2월 27일 입원해 다음날인 2월 28일 미세혈관 감압수술을 3시간 동안 받은 민주 양은 중환자실에서 회복치료를 받다가 2월 29일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그러나 민주 양은 수술 후 계속 오심과 구토를 호소하였고, 의료진은 뇌압 상승으로 목 뒤 수술 봉합 부위가 벌어져 뇌척수액이 흘러나와 감염될 것을 우려해 2월 29일부터 뇌압을 떨어뜨리는 만니톨을 일정시간 간격으로 투여했다.

문제는 뇌압을 떨어뜨리는 만니톨 사용 3일째 되는 날 담당 간호사가 민주 양 병실이 바뀌었는데도 투약 전 환자 확인을 하지 않아 민주 양에게 투여해야할 만니톨이 다른 병실의 다른 환자에게 투여되는 투약오류 사고가 발생했다. 이러한 사실은 병문안 온 다른 환자의 친구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때부터 의료진과 민주 양 부모 간의 진실 공방이 시작되었다.

 

◇투약오류 사건 약제인 마니톨 추가 투여 진실 공방

담당 간호사는 투약오류 사고 발견 이후 곧바로 병동에서 보관중인 다른 환자에게 투약할 만니톨을 민주 양에게 투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담당 교수는 의사가 추가로 처방하지 않은 만니톨을 담당 간호사가 임의로 환자에게 투여할 수 없고, 간호사들이 병동에 여분의 만니톨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만니톨을 투여했다는 담당 간호사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또한 의료진은 민주 양이 수술 후 오심과 구토 이외 특이할 만한 증상이 보이지 않았고, 3월 3일부터는 오심과 구토도 호전되어 2월 29일부터 사용한 만니톨 투여마저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3월 2일 저녁 7시 30분에 투약오류 사건이 발견되어 담당 간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저녁 8시에 만니톨을 민주 양에게 투여하였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유로 발열이 3월 3일부터 민주 양에게 시작되어 결국 사망으로까지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3월 3일부터 오심과 구토 증상이 호전되어 만니톨을 중단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담당 교수에 따르면 투약오류 사건이 발생한 3월 2일 저녁에 의사의 추가 처방이 없어서 민주 양은 만니톨을 투여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민주 양 부모에 따르면 만니톨 투약오류 사건이 발생한 후 만니톨 투여를 받지 못한 3월 2일 저녁부터 민주 양은 극심한 구토 증세와 고열에 시달렸다고 한다.

◇뇌압 상승으로 인한 뇌척수액 유출사건

투약오류 사건으로 만니톨 투여를 받지 못한 3월 2일 저녁과 만니톨 투여가 중단된 3월 3일 이후 민주 양의 수술 봉합 부위는 뇌압 상승으로 더 벌어져 이틀 후인 3월 5일 결국 뇌척수액이 유출되어 1차 봉합술을 하였고, 9일 다시 뇌척수액이 유출되어 2차 봉합술을 했다. 이후 민주 양은 뇌수막염 감염이 의심되는 발열이 계속 되었고, 상태도 악화되어 항생제를 사용하였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 4윌 14일 호흡정지가 와서 심폐소생술을 할 때가 되어서야 뒤늦은 뇌 CT 촬영이 이루어져 뇌실 확장과 뇌척수액이 고인 것이 관찰되었으나 민주 양은 안타깝게도 사망하고 말았다.

민주 양 부모는 의료진을 형사고소 했지만 검찰은 불기소처분을 하였고, 민사소송도 2016년 2월 18일 대법원에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일부만 승소하고 핵심인 의료과실 부분은 전부 패소했다. “울화통이 터집니다.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라고 설명했던 대학병원에서 딸이 왜 사망했는지 그 진실도 밝히지 못한 채 7년간 영안실 냉동보관소에서 추위에 떨었을 딸을 생각하니 너무 미안해 하늘나라에 가서도 딸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민주 양 아버지는 살을 부르르 뜨셨다

◇예방 가능한 환자안전사고로 사망한 민주 양

민주 양의 사망은 담당 간호사의 실수로 환자 확인을 하지 않아 만니톨이라는 뇌압 감소 약제를 다른 환자 약제와 바뀌어 투약한 예방 가능한 환자안전사고로부터 시작되었다. 비록 대법원에서는 투약오류 사건이 발생한 만니톨을 곧바로 추가 투여 받았거나 만일 만니톨을 추가 투여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민주 양 사망과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것은 법원의 판단에 불과하다. 민주 양의 사망은 예방 가능했던 투약오류 사건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민주 양이 지난 7년 동안 영안실 냉동보관소를 사용한 비용이 2억 원이 넘었다. 영안실 관리업체에서 사용료 납부를 독촉하면서 소송 제기 부담까지 주자 민주 양 부모는 결국 11월 24일까지 사체를 인수해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대신 영안실 냉동보관소 사용료 2억 원은 면제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내일 11월 24일이 되면 의료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지난 7년간 뛰어다닌 그녀의 부모도 이제 민주 양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한다. 슬프고, 안타깝고, 분통 터지지만 딸 민주 양도, 의료사고도 이제 부모의 가슴에 묻어야 한다.

◇환자 의료사고 입증책임 완화 또는 전환 법제화 필요

의료소송에 흔히 따라붙는 수식어가 “백전백패,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큼 의료소송에서 환자가 의사를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환자가 의료과실과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의미다. 의료의 전문성과 독점성,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환자가 고액의 비용을 주고 유능한 의료전문 변호사를 선임해야 그나마 소송에서 승산이 있다.

만일 고액의 소송비용을 감당할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으면 결국 환자 본인이 소송을 제기해 의료과실과 인과관계 직접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의학적 문외한인 환자가 이를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과실로 인해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인과관계가 추정되고, 의사가 의료사고가 의료과실이 아닌 다른 이유로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 완화 또는 전환을 의료소송에 좀 더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법원의 재판 또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한국소비자원 조정 또는 중재 단계에서 입증책임 완화 또는 전환을 법제화 해야 한다고 환자들은 요구하고 있다.

민주 양 부모는 사랑하는 딸을 7년 동안이나 의료사고를 당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의 차디찬 영안실 냉동보관소에 남겨 두고 수천만 원의 소송비용과 7년간의 시간을 들여 의료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분분토 했다. 민주 양 부모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검찰의 불기소처분서와 대법원의 설명의무 위반의 일부 민사소송 승소 판결문뿐이다. 민주 양 부모는 "7년간 누워 있던 추운 영안실 냉동보관소에 나와 이제 장례를 치르는 딸의 슬픈 상황을 직면하며 제 딸 사건이 저처럼 진실을 찾는 환자의 의료사고 입증책임이 완화되거나 전환되는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글·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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