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 온 편지] 희귀질환자라고 살 권리까지 희귀한가요

[병실에서 온 편지] 희귀질환자라고 살 권리까지 희귀한가요

기사승인 2018-12-14 00:12:00

저는 척수성 근위축증(SMA)을 진단 받은 4세 환아의 엄마입니다. 이 병에 대해 들어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척수성 근위축증은 전신의 근육이 점차 약해져 신체활동은 물론이고 음식을 삼키거나 숨 쉬는 것조차 어려워져, 타인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희귀질환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약 150명의 환자가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이의 발달이 조금 느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태어난 지 7개월이 되도록 목을 가누지 못해 병원을 찾았고, 척수성 근위축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치료제도 없고, 만 2세 전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쉽게 포기할 수 없었고, 고통스러운 투병기간을 거쳐 아이는 지금 4살이 됐습니다.

아이가 침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가래가 껴 하루에도 몇 번씩 기도가 막히고 고열에 시달리는 응급상황이 계속됐습니다. 스스로 숨을 쉴 수 없어 기도를 절개해 인공호흡기를 달았고, 음식을 삼킬 수도 없어 배에 있는 위루관을 통해 죽을 넣어줘야 했습니다.

가장 절망적인 것은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는 것이었습니다. 치료제가 없어 재활치료와 물리치료로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게 전부였습니다. 목에는 호흡기를, 배에는 위루관을 단 채 힘겹게 누워있는 아이를 볼 때면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만 흘렀습니다.

이런 저희 가족에게도 희망이 생겼습니다. 2016년 12월 미국에서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가 개발되고, 작년 말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사용 허가를 받은 것입니다. 미국에서 아이들이 스핀라자로 치료받은 후 걷기 시작하고, 호흡기 없이 숨쉬는 것을 보며 우리 아이도 곧 나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되도록 아이는 치료받지 못한 채 누워있습니다. 치료제에 보험급여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일반 사람들이 보험 없이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 정부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11월에 스핀라자 건강보험 급여 등재 심사가 진행된다는 기사를 보고 큰 기대를 걸었지만, 결정이 미뤄지며 기약 없는 기다림을 반복하게 됐습니다. 얼마 전에는 9살 환아가 병이 급속히 악화돼 치료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남일 같지 않은 얘기에 더욱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생사의 갈림길에서 기다림에 지친 환자와 가족들은 스핀라자 보험적용을 위한 SNS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스핀라자: 모두에게 기적을’ 캠페인은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들에게 스핀라자 치료라는 기적이 찾아오길 바라는 간절함을 글과 사진에 담아 SNS에 공유하는 캠페인입니다.

시작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인스타그램에는 벌써 천 건이 넘는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환자와 가족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캠페인에 참여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 울컥 감동스럽고 고마운 마음입니다.

우리 아이를 살릴 치료제가 있는데 사용할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이 어떨 지 상상이 가실까요? 아이가 희귀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살 권리도 희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국가가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입니다. 기적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에 응답해, 환자들이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스핀라자의 빠른 보험적용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서울 강서구 이수진(가명)>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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