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병원에서 치료 잘 받고 있는 줄 알았는데…이미 2년 전에 죽었답니다.”
지난 2013년 10월 주부 A씨는 힘들게 키워온 21살 지적장애 아들을 경북 영주의 정신병원에 맡겼다.
나이가 들수록 아들의 자해 행동이 심해진데다, A씨 본인도 암 진단을 받게 되면서 아들을 돌보는 게 힘들어졌다.
당시 병원 측은 A씨와 상담하며 “치료에 방해가 되니, 면회는 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고, A씨는 병원을 믿고 따랐다.
그러나 다음 해인 2014년 10월 병원에서는 “아이를 감당할 수 없다”며 청도에 있는 다른 병원을 소개시켜줬다.
그러나 청도 병원에서도 아들은 오래 있지 못했다.
청도의 병원에서 문경의 한 병원으로, 문경에서 다시 성주에 있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
모두 “아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문제는 아들과 나이가 같은 B군이 입원해 있던 성주의 한 병원에서 시작됐다.
지난 2015년 11월 잠시 대구로 치료를 받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B군과 아들의 병원 차트가 바뀐 것이다.
이후 아들은 B군의 신분으로 영천의 또 다른 병원으로 보내졌다.
그리고 4개월 뒤, A씨의 아들은 영천의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사인은 심정지였다.
그러나 병원 차트가 바뀐 상태였기에 당시 사망 신고가 된 사람은 A씨의 아들이 아니라 B군이였다.
병원은 B군의 부모에게 연락해 아들의 사망 소식을 알렸고, B군의 부모가 신원을 확인해 장례까지 모두 치렀다.
최근까지 A씨는 아들이 사망한지도 모른 채 지냈다. 병원에서 치료사실 등을 전달받으며 아들의 상태가 호전되기만을 기대했다.
그러던 지난 10월 병원에서 아들의 사진을 보내왔고, 사진 속 아들은 A씨가 모르는 얼굴이었다.
병원에 연락을 하자 “그 아이는 2년 전에 죽었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이미 화장까지 마침 상태였다. 3년 성주의 병원에서 대구로 이송되던 중 보호의무자를 통해 환자 신분을 확인해야 하지만 병원 측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A씨는 “어떻게 건강하던 아들이 42㎏의 쇠약한 몸으로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인지 알 수 없다”면서 “경찰과 변호사 등에게 상담했지만 ‘죄명이 법에 없어 처벌하기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어떤 과실로 환자가 바뀌었는지, 실제 아들의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 아들이 죽은 뒤 신원확인을 제대로 했는지 밝혀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A씨는 18일 억울하고 기막힌 사연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차트가 바뀌어 2년 전에 치료받지 못하고 죽었다는 제 아들.. 밝힐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렸다.
한편 A씨는 변호인과 함께 경찰 고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용 기자 gd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