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 헤딩하는 간호사들, 위협받는 환자안전

맨땅에 헤딩하는 간호사들, 위협받는 환자안전

기사승인 2018-12-27 13:20:22

환자가 병의원에서 가장 먼저, 많이 만나는 이들은 간호사다. 간호사는 환자안내부터 상태파악, 약물을 투여하거나 간단한 외상치료를 수행한다. 의사 부재시 비상조치를 취하고, 수술실에서 의사를 도와 의료행위에 관여하기도 한다. 따라서 간호사의 숙련도가 환자안전과 직결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간호사들은 언제부터 숙련됐다고 할 수 있을까.

간호계는 국내외를 떠나 신규간호사들이 홀로 환자를 볼 수 있는 ‘독립’ 시기를 입사 후 1년으로 보고 있다. 간호대학에서 실습교육을 받지만 법적, 제도적으로 1명의 ‘간호사’로 인정받지 못해 질을 담보할 수 없다. 결국 간호사들은 면허를 취득한 후 병원에 취직해서야 본격적인 임상교육을 받는다고 봐야한다. 하지만, 교육이 현실에 막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7일, 이화여자대학교 간호대학 신수진 교수(사진)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순례 의원(자유한국당)이 주최하고 대한간호협회가 주관해 개최한 ‘신규간호사 이직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신규간호사 교육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신규간호사들의 업무부적응이 심각하다는 분석결과를 전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신규간호사들은 대학의 간호교육과 임상현장 간 격차로 인해 임상실무현장에서 필요한 전문지식과 기술부족, 상황 판단력 미숙으로 인해 ‘현실충격’을 겪게 되고, 새로운 인간관계, 3교대 근무 등 업무부담, 역할갈등 등과 결합돼 전체의 70%가 이직을 고민하고 38.1%는 실제 병원을 떠나고 있었다.

더구나 미국, 일본, 호주 등의 국가에서 신규간호사 교육을 전담하는 인력(프리셉터)을 갖추고 1년의 교육기간을 보장하는 것에 반해 우리나라는 프리셉터에 대한 기준이나 교육방침 등이 정해져있지 않아 병원사정에 따라 짧으면 1~2개월의 교육을 마치고 신규간호사들을 독립시켜 두려움에 떨게 하고 궁극적으로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신 교수는 ▲신규간호사 교육 전담부서 및 인력에 대한 법적 배치기준 마련 ▲신규간호사 교육 전담부서 및 인력에 대한 재정적 지원 ▲의료질평가지원금 평가에서 ‘간호교육지원’ 영역 및 지표 개설 ▲의료기관 인증기준에 신규간호사 조기이직 방지 및 교육관리체계 기준 구축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평가기준에 교육기능 강화를 제안했다.

병원의 규모가 작을수록 인력수급 등의 문제로 인해 신규간호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간호사들의 교육이 제도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전담부서와 교육기간을 마련하고, 간호사 300명당 1명 이상의 교육전담간호사를 배치하며, 이들의 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일련의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고 지속될 수 있도록 각종 평가와 지원에 차등을 두고 의료기관이 스스로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는 기전도 마련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나아가 간호계와 정부가 협조해 간호인력 배치기준이나 업무범위,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각종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유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제안에 토론회에 참석한 간호사들과 전문가들은 전적으로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간호인력 수급 및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들에 대해서는 각종 평가나 정부지원에서 제외될 소지가 있는 만큼 별도의 지원정책이나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때문인지 보건복지부 또한 고민하고 반영하겠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곽순헌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매년 간호인력과 관련된 신규사업이 정해지고 예산이 배정되고 있다. 정부에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방대한 영역이지만 정부와 노조, 병원계와 간호계가 각자의 역할을 맡아 공동책임으로 빠짐없이 개선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간호관리료 인상과 시간제·야간전담 간호사 보상수준 강화, 인권 및 처우개선 관련 가이드라인 제정, 간호사 배치기준 합리화, 평가지표 개선, 간호대 실습지원사업 확대 등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에 더해 오늘 제안한 내용을 고민해 교육관리체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구체화해나가겠다”는 뜻도 함께 전하며 현장에서의 협조를 당부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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