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이 부진할 전망이다. 철강업 전방사업(자동차·건설·조선업)의 수요 부진으로 내수 철강 시장에서 판매가 부진했던 데다 세계적으로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높아진 결과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2018년 4분기 영업이익(이하 영업익)은 전분기보다 다소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업계 맏형인 포스코는 4분기 직전 분기보다 17% 줄어든 1조2700억원의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예측된다. 2위 현대제철은 같은 기간 36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직전 분기보다 영업익을 늘었지만 지난해 3분기 통상임금 소송 패소분(1500억원대)을 반영하면 영업익은 전분기 대비 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3위인 동국제강도 2017년과 흡사한 570억원대 영업익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망의 근거는 철강사의 주요 전방산업인 국내 자동차, 조선업과 주요 수요산업인 건설업 경기 침체로 철강업계의 판로 확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은 2015년 456만대, 2016년 423만대, 지난해 411만대, 2018년 400만대로 지속적으로 차량 생산이 감소한 가운데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400만대 이하로 생산량이 급감하며 수출이 감소할 전망이다.
조선업계는 최근 7년 만에 중국을 꺾고 세계 점유율 1위를 달성했지만 선박 건조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후판(두께 6mm 이상 두꺼운 철판) 가격을 철강사가 만족할 만큼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철강업계는 2016년 수주절벽 이후 조선업계의 악화된 경영 여건을 고려해 후판 사업부의 적자를 감수하며 후판을 공급했고, 최근 조선업황이 개선된 만큼 가격 인상을 통해 후판 사업부의 흑자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반면 조선업계는 막 턴어라운드가 시작된 상황에 철강업계가 원하는 만큼 후판가를 인상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조선업황 개선과 별개로 조선업의 특성상 수주실적이 1~2년 후에 매출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후판 가격이 오른다면 사업의 생존을 장담키 어렵다는 주장이다.
철강업계의 주요 수요산업인 건설업 경기는 더욱더 어둡다. 올해 건설수주가 최근 5년 중 최저치로 하락한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건설 수주 총액을 160조원으로 집계했는데 지난해 144조, 올해 건설수주는 135조원으로 5년 내 최저치를 찍을 전망이다.
수출 판로도 좁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EU(유럽연합), 캐나다, 터키, 인도 등 여러 국가가 한국산 철강을 포함한 수입산 철강 제품을 겨냥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경우 국내 철강사들은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통제가 불가한 악재로 올해도 국내 철강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라며 “수익 다변화와 내수시장 활성화 등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