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영국이 브렉시트에 합의했다. 영국의 EU탈퇴는 당초 이달 29일이었으나 이번 합의에 따라 4월12일까지 연기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EU와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 정상들은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투 트랙 브랙시트 연기방안’에 합의했다.
이는 4월12일 이후 브렉시트 연기 문제는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 합의문 승인 여부와 5월로 예정된 차기 유럽의회 선거 참여 등을 반영해 투 트랙으로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EU 정상들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로부터 브렉시트 연기 방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논의를 거쳐 이러한 내용의 투 트랙 브렉시트 연기방안을 제안했고 영국은 이를 받아들였다.
당초 영국 정부는 6월30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EU 측은 5월23일부터 26일까지 실시되는 차기 유럽의회 선거에 영국의 참여 문제가 발생 법적‧정치적 논란을 이유로 이러한 방안을 수정 제안했다.
이에 따라 EU는 영국 하원이 다음 주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할 경우 5월22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하기로 했다. 또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하지 않으면 일단 4월12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하되 4월11일까지 영국이 차기 유럽의회 선거 참여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면 브렉시트를 더 연기하고, 불참하는 경우 4월12일 자동으로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EU 탈퇴)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회의 뒤 EU 정상회의 도날트 투스크 상임의장은 기자회견을 토해 “오는 4월12일까지 모든 옵션은 열려 있고 (그때까지) 벼랑끝 날짜(데드라인)는 연기될 것이다. 영국 정부는 합의에 따른 탈퇴, 노딜, 긴 브렉시트 연기, 브렉시트 철회 등 사이에서 여전히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4월12일이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날이다. 그때까지 영국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결정하지 않으면 장기 브렉시트 연기는 자동으로 불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메이 총리의 제안에 EU가 투 트랙 브렉시트를 제안하고 다시 영국 정부가 받아들임에 따라 브렉시트 연기는 영국 하원의 선택에 결정된다.
이와 관련 영국 의회는 메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며 브렉시트 처리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앞서 영국 하원은 두 차례 브렉시트 합의문 승인투표를 큰 표차로 부결시킨 바 있다. 또한 영국 하원 의장은 브렉시트 합의문에 변화가 없다면 세 번째 표결은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1일(현지시간) 집권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이 지난 18일 총리 관저를 찾아 메이 총리에게 사퇴를 희망하는 평의원들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브래디 의장의 총리 관저 방문은 총리를 직접 만나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동료의원들의 문자 메시지가 그에게 폭주한 뒤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20일 메이 총리가 대국민 성명을 통해 자신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지지를 얻지 못한 책임을 의원들에게 떠넘기는 태도를 보인 후 의원들의 불마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당시 메이 총리는 성명에서 브렉시트 연기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하원의원들이 진짜 걱정거리를 해결하지 않고 브렉시트만 얘기하는 것에 국민들이 지쳐있는 것을 이해한다”며 “이제 하원이 결단을 내릴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 의회 사이트에서 브렉시트(Brexit) 취소를 요구하는 청원 서명이 100만명을 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리스본 조약 50조 철회 및 EU 잔류' 청원 서명자는 이날 오후 2시50분(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100만128명으로 집계됐다.
해당 청원은 “정부는 그동안 EU 탈퇴가 국민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렇다면 EU 잔류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증명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편, 영국은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전체 유권자 4650만명 중 72.2%가 참여해 51.9%인 1740만명이 EU 탈퇴를 선택했고, 48.1%인 1610만명이 EU 잔류를 선택해 브렉시트가 공식 결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