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먹고 남은 의약품 어떻게 처리하시나요

집에서 먹고 남은 의약품 어떻게 처리하시나요

수백톤 폐의약품…가정 내 폐기시 국민건강 위협

기사승인 2019-04-05 00:19:00

아침, 저녁 일교차가 커지면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의약품 처방이 나오면 환자는 약국에서 조제 받는데 처방된 만큼 다 복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 남은 의약품은 어떻게 처리할까. 물약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찜찜한 마음이 있지만 하수구에 버리고 빈 통을 따로 처리하고 있다. 알약의 경우는 녹는데 시간이 걸려 쓰레기와 같이 버리시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이렇게 버려진 의약품이 땅이나 물 등으로 스며들어 환경의 오염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생태계 교란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생태계 교란은 결국 먹는 음식으로 다시 사람들에게 돌아와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대다수의 약들이 독성을 갖고 있다. 특히 합성마약, 향정신성제제, 호르몬제, 혈액관련제제 등 인체에 큰 영향을 주는 약들도 처방되고 있지만 복용하지 않고 남은 약의 경우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히 없는 실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행한 ‘2017년 급여의약품 청구현황’에 따르면 등재된 급여의약품은 매년 증가해 2018년 1월1일 기준으로 2만2389개에 달한다. 이중 91.5%인 2만493품목이 의료기관에서 처방을 받는 전문의약품이다. 건강보험 약품비는 2014년 13조4491억원에서 2015년 14조986억원, 2016년 15조4287억원, 2017년 16조2098억원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처방이 많이 되는 청구건수 상위 제제는 무엇일까. 해열진통소염제가 가장 많았고, 이어 소화성궤양용제, 진해거담제, 항히스타민제, 항균제 등이 1억건에서 많게는 2억7000만여건이 청구됐다. 즉 생태계와 인체에 큰 영향을 주는 의약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가정 내 폐의약품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은 약국이나 보건소에 가져다주는 것이다. 해당 사업은 2008년 서울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해 2009년에는 전국으로 확대 실시되고 있다. 

관련 사업을 통해 대한약사회가 수거한 폐의약품 규모를 보면 2016년 448톤(ton)에 달했으나 2017년에는 293톤으로 낮아졌다. 이는 의약품 사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150톤 가까이 줄어든 것은 보다 적극적인 폐의약품 수거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이처럼 약국에서는 적극적으로 폐의약품 수거에 동참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이 지원은 없고 민원만 증가한다면 참여율은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폐의약품 수거시 약국의 가장 큰 문제는 보관 장소이다. 약국에 놓인 폐의약품 수거함 수준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현실적으로 대형 약국이 아님 소규모 동네약국의 경우 폐의약품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고, 수거량이 많으면 보기에도 안 좋다. 때문에 약국에 모인 폐의약품을 보건소 등에서 자주 수거해 가거나, 회수기간을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처리 주체도 지자체별로 다르다는 문제도 있다. 대부분은 보건소에서 하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의 경우 환경미화과, 자원순환과 등 환경담당과에서 폐의약품 처리를 담당하고 있다. 수거에서 소각까지 획일화된 체계가 없어 효율적인 폐의약품 수처처리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폐의약품 분리에 대한 대국민 홍보도 필요하다. 일부 시군구에서만 ‘폐의약품을 종류별로 알약((포장용기를 제거한 후 알약들을 모두 모아 하나의 비닐봉지에 담기), 가루약(포장돼 있는 상태로 모으기), 물약(포장돼 있는 상태로 모으기) 등을 구분한 후 비닐봉지에 담아 집에서 가까운 약국 또는 보건소에 비치한 폐의약품 수거함에 넣거나, 주면 됩니다. 남은 약포장지와 약통(2차 포장재) 등은 재질에 따라 가정에서 분리수거하세요’ 등의 내용을 안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페의약품을 따로 소각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환경오염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가정생활폐기물의 약 40%는 소각되지 않고 매립되고 있어 시간이 지나 의약품 성분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지역 약국으로 회수된 폐의약품 분석(2014년 약학회지 제58권, 천부순 인제대 약대)에 따르면 처방전의약품(58.8%)이 일반의약품에 비해 많았고, 제형별로는 경구용(85.6%)이 외용제보다 많았다. 대부분은 ‘유통기간 경과’(57.7%) 의약품이었고, ‘유효기간을 알 수 없는 의약품’은 21.9%, 유효기간 내 의약품도 20.4%에 달했다.

또 2005년 소비자안전센터가 발표한 ‘의약품의 가정 내 보관 및 안전사용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가구 당 평균 10.2개(처방조제약 제외)를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용도(효능)를 알 수 없거나 사용기한을 모르는 의약품의 처리방법에 대해 절반 이상이 ‘버린다’고 응답했고, 그냥 보관한다는 응답도 1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