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를 만들어 정부를 상대로 본격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이를 보는 시민사회단체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의협은 지난 3월부터 의쟁투를 준비해왔다. 4월에 발대식 이후 특별한 행보를 보이지 않다가 지난 2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의쟁투 행동선포를 외치며 최대집 의협 회장의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의협이 내건 선결과제들은 ▲문재인 케어 정책 전면 수정 ▲진료 수가 정상화 ▲한의사 의과영역 침탈행위 근절 ▲의료전달체계 확립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발생 시 형사적 책임 면책하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의료 국가재정 투입 정상화 등 6개다. 의협은 정부가 이 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9~10월께 제1차 전국의사총파업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기자가 만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우선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의사가 파업하면 이미지만 안 좋아진다”면서 “내부 강경파의 주장을 따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이 리더가 돼 국민의 표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무처장은 의협에서 주장한 과제에서 일부분은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 국가재정 투입”이라며 “인구도 고령화되는 사회에 재정지원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보장성 강화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케어다. 국고지원을 안 하다가 보장성도 못 올리고 의료공급도 못 하게 될 것. 의협뿐 아니라 노조 등에서도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당연히 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가 정상화와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필요하다면서 그는 “방향성을 가지고 의사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 현재 상태에서 바뀔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대안의 대부분이 내부합의가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국민 설득”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의 행동이 국민·환자를 위한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재천 건강세상네트워크 위원은 “의협에서 정부의 안에 대해서 반발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일상적인 노이즈마케팅이라고 본다”면서 “(단체) 내부적으로 의협의 행동에 대해서 논의할 만큼 무게 있는 사항이 아닌 것 같다. 의협이 환자의 권리를 위해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사안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며 “정보의 비대칭에서 오는 문제로,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갖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 문제가 되는 문재인케어만 하더라도 포퓰리즘 정책으로 가고 있다”면서 “보건복지부에서 우리에게 대화하자고 하는데 청와대에서는 문재인케어가 문제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방향성에서 전문가집단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우리야말로 가장 절실하다. 이대로 간다면 낭비적 제도로 붕괴하고 말 것이다. 제도를 제대로 돌리는 것이 의협이 당면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앞서 의쟁투 행동선포에 예고한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9월에서 10월 중으로 발표했었지만, 시기적으로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속도감 있게 진행하자는 의견이 많아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집단행동 방식과 관련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혀 ‘파업’ 이외의 다른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보인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