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시가 목으로 잘못 넘어간 경우 그냥 삼켜도 괜찮을까. 직장인 A씨는 최근 저녁식사 중 이런 고민에 빠졌다. 목에 살짝 걸린 생선가시를 물과 함께 삼켜버리는 것이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고. 결국 A씨는 힘겹게 생선가시를 뱉어낸 뒤 가슴을 쓸어내렸다.
생선가시 등 이물질이 목에 걸리는 ‘삼킴사고’. 일상에서 생각보다 빈번하게 발생한다. 식사 중 동물 뼈나 음식물 덩어리가 식도로 잘못 넘어가기도 하고, 어린이나 영유아가 장난감이나 동전을 삼키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생각보다 심각한 사고로 발전할 수 있다.
얇고 뾰족한 생선가시는 잘못 삼켰다가 식도나 위에 구멍이나 염증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단국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2001~2014년 병원을 방문한 삼킴사고 환자의 원인 1위가 생선가시(39.6%)였다. 동물의 뼈(19.5%), 동전(15.8%), 닭뼈(8.7%)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생선가시 삼킴 사고의 경우 궤양 및 열상, 출혈, 천공 등 합병증 발생률(45.2%)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생선가시는 크기가 작더라도 날카로운 모양 탓에 식도 점막에 박히거나 상처를 낼 가능성이 높다. 생선가시 등 이물이 점막에 박힌 채 24시간 이상 머물 경우 지연성 천공, 식도협착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물감이 지속된다면 되도록 빠르게 병원을 찾아 제거해야 한다.
동전 등 둥근 물질의 경우 식도를 지나 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삼킨 다음 식도 이물감이 없다면 위로 넘어간 것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동전, 구슬 등 작은 물건은 대개 1~2주 내로 대변으로 배출되며, 음식물 덩어리도 위산에 의해 정상적으로 소화된다. 다만, 크기가 커서 문제가 될 만한 물질을 삼켰을 때에는 추가적인 수술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또 건전지나 쇠로 된 물질은 부식 우려가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 바로 꺼내는 것이 좋다.
특정 이물질을 삼킨 후 침을 삼키기 어렵고, 꽉 막힌 느낌이 든다면 식도폐색 등으로 인한 응급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의료진들은 삼킴사고 가운데 가장 위급한 경우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의사표현이 어려운 어린이나 음식을 삼키기 힘든 고령자들은 이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다.
최명규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우리 몸의 식도는 최소 2㎝정도로, 늘어나면 3㎝까지 삼킬 수 있다. 이물을 삼키고 나서 침을 흘리고 통증이 나타난다면 이물이 식도에 꽉 막힌 위급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때에는 즉각적으로 병원에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최 교수는 “생선가시가 목에 살짝 걸렸을 때 무리하게 삼키려 하면 식도에 더 깊이 박힐 수 있다. 뱉어낼 수 있으면 뱉어내는 것이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