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장품 기업 DHC의 '혐한 방송' 논란으로 일본 불매 운동이 격화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불매 운동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DHC제품 목록을 비롯한 일본 화장품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일본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는 국내 네티즌들의 반일감정에 최근 일본 화장품 기업 DHC 자회사인 DHC 테레비가 방영한 ‘혐한 방송’이 불을 지핀 결과다.
현재 SNS상에 '#잘가요 DHC' 캠페인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일본 불매 운동이 퇴출 운동으로 변모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논란 이후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등 H&B(헬스앤뷰티) 스토어는 DHC 제품을 잇따라 퇴출 조치했으며, DHC 전속 모델이었던 정유미도 광고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논란의 발단인 DHC 테레비는 이날 오전에도 재차 혐한 방송을 방영해 국내 소비자들의 반일감정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불매 운동의 장기화 조짐에 화장품업계는 내심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반적인 화장품 소비가 위축되면 국내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한국콜마처럼 반일감정의 여파가 국내 기업에 타격을 준 선례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국내 화장품의 일본 원료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한 화장품 원료는 1억3천489만 달러 규모로, 전체 화장품 원료 수입 물량의 23.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일본 원료는 자외선차단제에 쓰이는 티타늄 분말 등이다. 일본 수출규제와 반일감정 격화 등으로 국내 화장품 업계도 일본 원료의 대체재 모색을 고심하는 추세다.
또 그간 일본 화장품을 찾는 국내 소비자 규모도 적지 않았다. 국제무역센터(ITC)의 '일본의 국가별 화장품 수출실적'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5억 2331만 5000달러어치를 사들여 중국, 홍콩에 이어 일본이 화장품 수출을 많이 한 나라 3위에 오른 바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 일본 화장품 업계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지만, 거꾸로 일본 제품의 수입이나 유통을 담당하는 국내 업체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해외 시장에서 일본 화장품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화장품 수출액은 52억달러로 최근 4년간 평균 35.4% 성장해 세계 4대 화장품 수출국인 우리나라(지난해 62억9천만달러)와의 간극을 무섭게 좁혀오고 있다.
이에 화장품산업연구원은 “일본의 J-뷰티가 K-뷰티와의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고급스럽고 고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J-뷰티가 중가 이하 시장까지 가성비를 내세워 잠식해 나갈 경우 K-뷰티의 강점 또한 퇴색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K-뷰티의 품목 다양화, 홍보채널 다각화 필요성 등을 제안했다.
한편, 일본 DHC의 한국지사인 DHC 코리아는 이날 오후 5시쯤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사태 완화에 나섰다. 김무전 DHC 코리아 대표는 “금번 ‘DHC 텔레비전’ 관련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점, 깊이 사죄드린다”며 “‘DHC텔레비전’ 출연진의 모든 발언에 대해서 DHC 코리아는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 한국인을 비하하는 방송을 중단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