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러간 가슴보형물, 예방적 차원 제거가 더 위험하다?

엘러간 가슴보형물, 예방적 차원 제거가 더 위험하다?

식약처 “전신마취 등 제거수술 부작용 위험 있어”

기사승인 2019-08-31 06:00:00

당초 보상방안 발표 일정은 9월, 엘러간 태도 따라 늦어질 수 있어

세금 투입돼야 하는 정부 지원, 복지부와 협의 中

엘러간사(社) 유방 보형물 이식환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증상이 없을 경우 예방적 차원의 제거는 권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마취 수술로 인한 합병증 등 부작용 위험이 더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엘러간의 거친 표면 인공유방과 연관된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발생 사례가 국내에서도 확인됨에 따라 지난 29일 해당 제품 이식환자 대상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식약처는 BIA-ALCL 발생비율, 예방적 제거에 따른 위험, 의심증상, 조기진단 및 치료를 위한 정기검진 주기, 권역별 집중 의료기관 등 대처요령을 추가한 안전성 정보를 마련했다. 이는 암에 걸릴 위험 때문에 예방적 차원에서 제거를 고려하는 이식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불필요한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함이다.

내용을 보면, BIA-ALCL는 유방암과는 별개로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인공유방 이식 수술 후 평균 8~10년 후 발생하며, 발생비율은 0.003~0.03%로 매우 낮다.

 

이에 따라 BIA-ALCL 예방 목적의 유방보형물 제거수술은 권고하지 않았다. 낮은 암 발생 비율 대비 마취 수술로 인한 마취 합병증,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염증과 출혈, 흉터발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예방적 제거 수술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장액종(조직액이 특정 장소에 고여서 덩어리처럼 만져지는 것)으로 인한 유방 크기의 변화,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피부에 궤양, 발적이 발생하는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날 경우 신속하게 수술 받은 주치의사나 유방관련 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BIA-ALCL은 조기발견 시 완치가 가능하므로, 이식한지 1년이 지난 사람은 이상증상이 없어도 1년에 1회 정기적으로 수술 받은 주치의사나 유방관련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품을 제거하려면 전신마취를 한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암 발생 비율이 낮아 증상이 없다면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전신마취로 인한 위험성이 더 크다”며 “만약 증상이 발생해 그때 수술을 받거나 치료를 해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거를 희망하는 환자들에 대한 보상방안은 아직 마련 중에 있다. 엘러간에서 관련 자료를 보내면 협의해 9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고, 내용이 부실하면 좀 더 미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제거 수술 외 검진비 등에 대한 정부 지원은 세금이 투입되는 문제라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관련돼 있어 현재 보건복지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예방적 차원의 제거를 권고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해서’가 아니라, 문제가 없으니 뺄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미국 등 해외 전문가들도 제거를 권고하지 않는다”며 “발생비율이 낮은데 모두에게 제품을 제거하는 것을 권고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 세계에서 보고된 환자는 미국에서만 573건, 사망은 33건이다. 이 가운데 엘러간 제품 사용 환자는 481건, 사망은 12건으로 타사제품에 비해선 발생 위험이 6배 이상 높다.

아시아에서는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1건, 6월 일본에서 1건, 8월 한국에서 1건으로 집계됐다. 태국에서도 1건 발생사례가 있다는 정보가 있으나, 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아 공식사례로 인정되진 않았다.

거친 표면 인공유방은 지난 2007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에만 총 22만개가 유통됐으며, 엘러간 제품은 11만개가 유통됐다. 의료기관 종별로는 상급종합병원에 2600개, 종합병원 900개, 병‧의원에 4만2000개가 유통됐다.  

그러나 유방확대 성형은 주로 의원급에서 이루어지고, 폐업한 의원이 많아 환자파악이 지연되고 있다. 이 경우 폐업하는 의료기관의 진료기록부 등을 보관하고 있는 보건소 협조를 통해 환자를 파악할 수밖에 없다.

이식환자들은 “생명이 달렸는데 무상 제거는커녕 제거를 하지 말라고 한다”, “제거가 권고사항이 아니라고 해도 환자 입장에서는 불안하다”고 하는 등 불안 및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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