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조정중재기관은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합니다. 신뢰받는 조정중재기관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서상수 신임 의료분쟁조정위원장(법무법인 서로 변호사, 57세)는 "공정한 기관으로 자리잡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2012년 설립된 기관이다. 의료사고에 대한 신속·공정한 피해구제와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을 목표로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갈등을 조정 및 중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최근 새로 위촉된 서 위원장은 그동안 의료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다수의 의료분쟁 사건을 맡아왔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의료문제는 되도록이면 중재기관에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송으로 갈 경우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견해를 밝혔다. 의료사고는 중재로 가는 것이 해결방안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 해결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2018년도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의료사고 분쟁 조정이 신청된 1만838건 중 실제 조정이 개시된 사건은 5622건으로 절반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취하 또는 각하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환자와 의료인 모두 동의해야 조정절차가 개시될 수 있는 만큼 서 위원장은 의료중재원 자체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지목했다.
서 위원장은 "의료분쟁은 소송으로는 답이 나오지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상당수 의료사고가 별다른 조치없이 묻히는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며 "의료중재원은 환자나 의료인, 누구의 편이 되어서도 안 된다. 의료분쟁해결에 있어 확고한 대표기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정과 중재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료인은 의료분쟁조정제도에 대해 여전히 피해의식이 남아 있고 그 참여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의료분쟁조정제도에 대한 의료인의 피해의식을 없애고 다른 제도나 소송에 비해 친숙할 수 있고 유익할 수 있는 분쟁해결제도라는 인식을 갖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홍보해 오히려 적극적으로 분쟁조정중재제도를 이용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중재원의 조정중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의료분쟁해결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는 의료기관을 선정하는 등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의 이용을 권장하는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제도의 도입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도 했다.
막상 의료사고가 의심될 때는 환자들도 당황하기 마련이다. 이와 관련 서 위원장은 침착하게 자료부터 확보하고, 의료과실 여부를 따져보라고 조언한다.
그는 "많은 환자들이 결과를 보고 '의료사고'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의사가 알 수있었는데 몰랐거나, 피할 수 있었지만 못피한 것만 의료과실이 된다. 여기에 의료진의 설명의무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며 "의료사고가 의심된다면 가장 먼저 진료기록을 확보하고, 관련 분야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해서 적절한 절차와 방법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분쟁 조정에 있어 효율성과 신속성도 중요한 부분이다. 서 위원장은 "다양화된 의료서비스 환경에서 의료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쌍방이 더 만족하는 조정중재서비스의 필요성이 커졌다. 또 국내 진료가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환자의 의료분쟁도 신속히 해결도 요구된다. 조정절차 외에 환자와 의료기관 담당자 등과 대화나 접촉을 활성화하고, 조정준비기일, 지방조정, 야간조정, 간이조정 등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모색할 생각"이라며 "의료분쟁조정위원장의 역할과 기능 범위 내에서 의료분쟁조정제도의 정착과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