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서 삐삐소리가 계속 나요. 저만 그런가요?." 임신 9개월차 산모 A씨는 "며칠 전부터 귀에서 삐삐소리가 계속 난다"며 이명 증세를 호소했다. 그는 잠을 설치거나 몸이 피곤한 날은 소리가 더 크게 나는 것같고 멍멍한 증상도 함께 나타난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명은 주위에서 소리 자극이 없는데도 환자 본인만 소리를 듣는 경우를 말한다. 성인의 약 10%에서 이명이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심한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을 암시하는 신호일수도 있다. 이명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 짚어봤다.
◇귀에서 나는 삐-소리, 상대방도 듣는다면?
대개 이명은 나이가 들면서 빈도가 증가하며 특히 난청이 심해질수록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 많은 경우 서서히 진행되는 난청과 함께 발생하기 때문에 달팽이관과 청각계의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드물게 혈관의 이상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명이 새롭게 발생할 경우나 갑자기 악화될 경우에는 원인 질환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이명은 크게 주변 사람도 들을 수 있는 ‘객관적 이명’과 주변 사람은 못 듣지만 환자 본인에게만 들리는 ‘주관적인 이명’이 있다. 객관적 이명은 주로 혈관이나 근육의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맥박이 뛰는 것 같은 객관적 이명의 경우에는 주로 혈관성 질환에 의해 발생한다. 경동맥의 내경이 좁아지거나 동맥과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연결되는 동-정맥 기형에 의해 주로 많이 발생하며, 혈관에서 기원하는 종양이나 정맥의 기형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딱-딱-‘하는 소리나 ‘두르르’하는 객관적 이명의 경우에는 주로 귀 안에 있는 작은 근육이나 구개의 근육의 수축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숨 쉴 때 나는 숨소리가 들린다면 개방성 이관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거의 대부분의 환자는 주관적 이명을 호소한다. 주관적 이명의 경우에는 다양한 원인 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달팽이관과 청신경의 이상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음, 중이염 등에 의한 달팽이관의 손상에 의한 난청, 노인성 난청, 이경화증, 외이도의 귀지, 메니에르병, 돌발성 난청, 청신경종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이외에도 두부 외상, 뇌막염, 다발성 경화증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다양한 약물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명 원인 다양...수술, 보톡스로도 증상 호전
이명은 매우 다양한 원인 질환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이명이 처음 발생하였거나 갑자기 악화되었을 경우에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사가 필요하다.
이명은 약한 정도의 난청과 동반된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의 이상에 의해 발생한다. 이 경우에는 특별한 치료없이 정기적인 외래 관찰로 호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약 10%에서는 생활에 불편할 정도로 이명이 심한 환자가 있으며, 이들에게는 이명의 크기를 감소시키고 불편감을 줄여주는 다양한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이명은 난청에 의한 불충분한 청각신호에 대한 보상기전으로 중추신경계의 청각로에 있는 다양한 부위에서 자발적 신경흥분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대부분의 약물 치료는 이러한 불필요한 자발 흥분을 억제하는 신경안정제가 사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 치료는 모든 환자에서 효과를 보이지는 않으며, 심각하지는 않지만 졸리거나 손이 떨리는 등의 부작용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어 약물 선택에 주의가 필요하다.
‘딱-딱-‘하는 소리나 ‘두르르’하는 귀 안에 있는 작은 근육이나 구개의 근육의 수축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 수술적 치료나 보톡스를 이용한 주사 요법이 도움이 된다. 개방성 이관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에는 체중을 먼저 늘려서 증상 호전 여부를 확인하고, 증상호전이 없을 경우에 수술적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원인 질환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명이 심해 생활이 불편하여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이명 재훈련치료가 가장 좋은 효과를 보인다. 이명 재훈련치료는 상담치료와 소리치료를 통해 이명에 대한 신체적 반응을 변화시킴으로써 점차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치료방법이다. 강우석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상담치료는 이명과 불편한 신체적 반응의 발생 원인과 병태생리에 대한 환자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목적으로 하며, 소리치료의 경우 백색잡음이나 생활환경음을 이용하여 이명의 지각을 점차 줄여주는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어지럼증, 난청 동반된다면 '메니에르병' 의심
메니에르 병으로 인해 이명이 발생하기도 한다. 메니에르 병은 내이의 달팽이관과 세반고리관에 내림프액 압력이 병적으로 증가해 난청, 어지럼증, 이명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스트레스, 내이의 감염, 면역이상, 알레르기, 귓속 혈관이상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청과 이명이 초기의 증상으로 점차 증상이 심해지면서 어지럼증이 나타나게 된다. 어지럼증은 구토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고 20~30분내지 수 시간 지속되기도 하지만, 대개 24시간을 넘지 않는다. 이 병은 치명적인 합병증은 없지만 어지럼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므로 환자에게는 괴로운 질병이다. 메니에르 병은 특징적인 3가지 증상 즉 난청, 이명, 어지럼증이 같이 있을 때 진단할 수 있다.
메니에르 병의 치료에는 저염식이 매우 중요하다. 하루 1800mg 이하의 나트륨을 섭취하도록 권장한다. 이외에도 카페인과 담배, 술, 초콜릿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뇨제를 포함한 약물을 복용하기도 하며, 어지럼증 발작이 나타날 때는 신경이완제를 사용하여 어지럼증을 감소시킨다. 이외에도 고막 내에 스테로이드나 젠타마이신을 주입하는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으며, 어지럼증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