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를 돕는 정신 재활시설이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지역사회의 혐오와 지자체의 예산 문제 등이 주된 원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 재활시설 입소 정원은 인구 10만 명당 4.9명, 이용정원은 8.2명으로 총 13.1명이다. 정신 재활시설은 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 촉진을 위해 사회적응훈련·작업훈련 등의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에서 발표한 정신건강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총 정신 재활시설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338개소에 6715명을 수용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정원 7041명인 것에서 오히려 326명이 감소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정신건강 서비스 자원의 주요한 지표 중 하나로 국가별 지역사회기반 거주시설의 정원을 주요한 수치로 바라본다. 지역사회기반 거주시설은,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지역사회기반 정신건강시설. 통상 의학적 개입이 필요 없는 안정적인 정신장애가 있는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정신 재활시설 정원의 입소정원과 유사한 의미로 보면 된다.
대다수 저소득국가는 지역사회기반 거주시설이 거의 없다. 반면 고소득국가의 경우, 평균 인구 10만 명당 38명의 정원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의 실정은 어떨까. 유럽국가의 평균정원은 48명이고 한국은 4.9명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가 속한 서태평양 지역 평균정원인 8.6명에 절반 수준이다.
반면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은 정신 재활시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다. 장애인 복지시설 중 장애인 거주시설의 정원이 인구 10만 명당 67.9명,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은 34.8명, 이외에도 장애인복지관, 주간 보호시설 등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들이 이 시설을 이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정신 재활시설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은 “장애인으로 보면 같이 묶이지만, 장애인 복지시설을 정신질환자들이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이용 가능한 지역사회 인프라가 점차 확보되고 있으므로 정신질환자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신 재활시설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지역사회에서의 혐오와 함께 적은 지자체 지원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관계자는 “시설이 정말 부족한 상황이다”라며 “사회적으로 님비를 넘어서 혐오시설로 취급돼 설치가 미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 재활시설 대다수가 민간에서 운영하는데 정부나 지자체에서 보조금 지원도 모자라다”면서 “현장에서 느끼기로는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에서 발표한 자료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보조금 지원이 5년 동안 되지 않아 폐쇄하는 시설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한 정신질환자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일반인의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이 25.4%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1%에 해당하는 50만명이 중증정신질환자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입원치료를 받고 있거나 재활시설에 등록된 환자를 제외한 33만명이 치료 사각지대에 방치된 상황이다.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관계자는 “중증정신질환자가 50만명이라고 추정하고 있는데 이중 정신재활 시설을 이용하는 정신질환자는 7100명, 1.4%만 이용하고 있다”며 “나머지 정신질환자들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신질환자의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지역사회의 지원으로 관리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