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은 23일 병원 본관 김종기홀에서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대병원의 향후 40년 청사진을 공개했다.
경쟁을 넘어 대한민국 의료발전을 선도하는 '4차 병원'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대병원의 '4차 병원'이란 기존 1,2,3차로 나뉜 의료전달체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차원의 병원을 말한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서울대병원의 역할은 신속한 질환, 복잡한 질환을 담당하는 것이다. 환자 자신이 선택하는 선택권을 줄여서라도 정말 필요한 환자에게 중증진료를 할 수있도록 열어두겠다"며 "각 지역의 대학병원, 능력있는 병원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환자 회송률을 5%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대병원이 지역 병원 등으로 환자를 돌려보내는 환자 회송률은 3%가량. 하루에 100명 중 3명은 다른 병원으로 돌려보내는 셈이다. 김 원장은 "회송률 3%가 낮아보이지만 1% 내외인 여타 병원에 비하면 높은 수순이다. 앞으로 5%, 최종적으로 10%까지 되면 진정한 의미의 중증 환자 치료기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환자 유치 경쟁을 벌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 1차진료 의료인들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보다 훨씬 임상 역량이 좋다. 1차 환자는 1차 의료기관에 맡기고 서울대병원은 중증 급성기 치료와 의료질향상 활동의 표준화 및 고도화, 교육, 연구 등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서울대병원은 의료발전위원회와 미래위원회와 출범한다. 의료발전위원회(위원장 허대석 내과 교수)은 ▲입원 진료의 질 향상 ▲지역-중소병원과의 환자중심 의료공유체계 ▲중증 희귀난치성질환 진료체계 구축 ▲공공보건의료 조직연계 및 협력 등을 모색한다.
미래위원회는 10년 후 의료환경, 사회, 기술 변화 등을 예측하고 서울대병원이 중장기적으로 추구할 주요 가치와 의제를 도출하고,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서울대병원은 오는 2025년 경기도 시흥시 배곧신도시에 들어설 배곧서울대학교병원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김원장은 "배곧 서울대 캠퍼스의 일부가 서울대병원으로 운영된다. 일반종합병원이 아닌 병원과 캠퍼스를 연계하는 클러스터(Cluster)이자 경기 서남부 의료기관의 커맨더(Commander), 남북의료협력의 거점센터(Collarboration), 진료-연구의 융복합 모델(Convergence), 커뮤니티케어(Community) 등 '5C'의 역할을 하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곧서울대병원은 800병상 규모로 건립 비용은 5000억~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시 정부 예산은 최대 30%까지 지원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조영민 서울대 배곧병원 추진단장은 "시흥시는 3만 6500평의 토지를 제공하고, 서울대학교 측은 설립에 대한 일부 비용을 지원한다. 병원 설립에 대한 나머지 비용은 여러 방법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모스크바, 쿠웨이트 등 해외 의료사업에도 힘을 쏟는다. 현지인들에게 한국 의료 시스템을 전수하는 과정을 통해, 한국 의료 산업의 기반을 닦고, 새로운 수익모델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서울대병원은 최근 병원 내 비정규직 노동자 614명을 전면 정규직화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병원에서는 병동, 수술장, 응급실 등 환자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철저한 감염관리가 요구된다. 환자 안전을 청소에서부터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청소, 미화 노동자들을 환자안전유지직이라는 새로운 직종으로 직접고용했다. 환자안전을 최일선에서 담보하는 역할을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동자들에 적절한 보수를 확보하되, 병원으로서는 추가적인 경영상 부담이 들지 않는 선에서 조율했다. 앞으로 이론적으로 문제없지만, 향후 다른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