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장대, 기술‧소재 ‘국산화’ 승부수 띄운다

중후장대, 기술‧소재 ‘국산화’ 승부수 띄운다

기사승인 2019-09-28 01:00:00

철강·조선업·화학 등 국내 중후장대(重厚長大) 업계가 기술 국산화를 위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등에 맞서 근원적 경쟁력인 기술력 제고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국책과제로 개발 중인 대한민국 최초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초도품의 최종조립 행사를 최근 창원 본사에서 가졌다.

현재 제조 공정률 약 95% 수준으로 연내 사내 성능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시험에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독일‧일본‧이탈리아와 함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5개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DGT6-300H S1 모델은 출력 270MW, 복합발전효율 60% 이상의 대용량, 고효율 가스터빈이다. 부품 수만 40,000여개에 이른다. 가스터빈 내부에 450개가 넘는 블레이드(날개)가 있는데 블레이드 1개 가격이 중형차 1대 가격과 맞먹는다.

현재 국내 발전소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스터빈은 총 149기로 전량 해외 기업 제품이다. 가스터빈 구매비용 약 8조1000억원에 유지보수, 부대 및 기타비용 약 4조2000억원을 고려하면 약 12조3000억원에 이른다.

2017년 말 발표된 8차전력수급기본계획과 노후 복합발전소‧석탄발전소 리파워링을 고려하면 가스터빈이 필요한 신규 복합발전소는 2030년까지 약 18GW 규모로 건설될 전망이다. 18GW 복합발전소 증설에 국내산 가스터빈을 사용할 경우 약 10조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아울러 유지보수, 부품교체 등 서비스사업과 해외시장진출까지 고려하면 그 파급효과는 더욱 기대된다. 미국의 IHS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는 전 세계적으로 2018년부터 2028년까지 총 432GW의 가스발전이 신규 설치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국내외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통해 2026년까지 가스터빈 사업을 연 매출 3조원, 연 3만명 이상의 고용유발효과를 창출하는 주요사업으로 육성해나갈 예정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격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다각화하는 노력을 펼쳐왔다”면서 “이번 가스터빈 개발은 국내 230여개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화학섬유사 효성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TOP3 탄소섬유 기업으로 도약에 나섰다.

효성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효성첨단소재㈜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서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을 열고 대규모 탄소섬유 라인 증설 계획을 공표했다.

오는 2028년까지 탄소섬유 산업에 총 1조원을 투자해 현재 연산 2000톤 규모(1개 라인)인 생산규모를 연산 2만4000톤(10개 라인)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단일규모로는 세계 최대규모이다. 현재 1차 증설이 진행 중으로 오는 2020년 1월 연산 2000톤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완공하고, 2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효성은 앞서 2011년 전라북도와 전주시, 한국탄소융합기술원 등과 협업을 통해 국내기업으로는 최초로 독자기술을 바탕으로 탄소섬유인 ‘탄섬(TANSOME®)’ 개발에 성공, 2013년부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미국‧독일에 이어 세계 4번째 개발이다.

탄소섬유는 수소차 수소연료탱크의 핵심 소재로 수소 에너지의 안전한 저장‧수송‧이용에 반드시 필요한 소재다. 수소연료탱크는 플라스틱 재질 원통형 용기로, 여기에 탄소섬유를 감아 강도와 안정성을 높인다. 탄소섬유는 가벼우면서도 일반 공기보다 수백배의 고압에 견뎌야 하는 수소연료탱크의 핵심소재다. 2030년까지 수소연료탱크용 탄소섬유 시장은 12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효성 측 설명이다.

효성 관계자는 “탄소섬유의 미래 가치에 주목해 독자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며 “탄소섬유 후방산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탄소섬유를 더욱 키워 ‘소재강국 대한민국’ 건설에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중공업과 포스코는 LNG추진선용 연료탱크의 소재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8만톤급 LNG추진선용 연료탱크(모델명:하이식스 ‘Hi-CIX’)에포스코의 9%니켈강을 적용해 극저온탱크의 핵심 소재 국산화와 공급 안정화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26일 밝혔다.

지금까지 현대중공업그룹은 해외 철강사로부터 9%니켈강을 공급받았지만,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핵심 소재의 국산화율을 점차 높일 계획이다. 9%니켈강은 극저온(-163도) 환경에서도 우수한 강도와 충격 인성을 유지할 수 있는 소재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LNG이중연료 추진선에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고망간강(High Manganese Steel)’ 소재의 연료탱크를 적용하는 등 소재 국산화를 위해 협력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선종에 따라 최적의 형태로 탑재될 수 있도록 다양한 LNG연료탱크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탑재되는 하이식스는 원통 모양(Type-C)으로 주로 벌크선, 유조선 등의 갑판 위에 장착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LNG탱크의 설계‧소재 수급‧제작까지 전 과정을 국산화하는 사례”라며 “국내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친환경선박 시장에서 함께 경쟁력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사들 역시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맞춰 친환경 선박용 제품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협력을 시작으로 솔루션마케팅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친환경 선박 부품의 국산화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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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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