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임산부에게 낙태 수술을 한 의료진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의료계에서 한숨이 새어나온다. 환자 확인은 의료현장에서 항상 강조하는 제1원칙이기 때문. 그러나 이 절차를 빠뜨려 발생하는 의료사고는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7일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하 인증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년 7월~2018년 12월)까지 583건으로 보고됐다. 가장 많이 발생한 의료사고는 투약오류(279건)였으며, 검사(168건), 등록번호 발급 등 기타 오류(119건), 처치(8건), 수술(4건), 수혈(4건) 순이었다.
올해에도 환자 미확인에 따른 환자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앞서 지난 2월 인증원은 주의경보를 울려 '환자 미확인에 따른 환자안전사고'를 경고한 바 있다.
보고된 사례를 살펴보면 A환자에게 처방된 혈액을 B환자에게 잘못 수혈한 사고, 환자확인절차 누락으로 수술방이 뒤바뀐 것을 뒤늦게 확인한 사건 등 다양하다. 다만, 환자안전사고 보고는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환자 확인 절차 위반으로 생기는 사고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단체는 이번 낙태 사고를 두고 '가장 대표적인 예방가능한 환자안전사고'라고 지적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수술 전에도 적어도 3번 이상 확인절차를 거쳤어야 하는데 의료진이 모두 막지 못했다. 기본 중의 기본만 지켰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이번 사건의 경우 사후 재발방지대책이 너무나 중요하다. 해당 병원에 기본적인 환자안전체계가 잡혀있었는지, 쳬계가 있었다면 왜 이런 실수가 발생했는지 확인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헀다.
의료계에서는 환자바뀜 사고에 대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면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평했다. 김동석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일반적인 수술과정이라면 수술실에 마취 전에 환자 확인을 하고, 설명할 의무가 있다.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잘못한 것에 대해 마땅한 책임을 져야하겠고, 의료인들도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염호기 대한환자안전학회장은 "환자안전사고는 이번 사건과 같이 조금만 방심하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이라며 "환자확인이 늘 습관화 되어있어야 하는데 아직 습관화되어있는 곳에서 이런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입원 환자가 수술을 받기까지는 대개 5번의 환자 확인 절차를 거친다. 우선 수술방으로 옮기기 전에 병실에서 한 번, 수술실에 이동하기 전 수술명과 수술 부위 등을 두번째로 확인하고, 수술실에 들어와서도 이같은 확인 과정을 두 차례 거친다. 수술 직전 마지막 단계에서는 수술 의료진이 환자 이름, 생년월일 또는 등록번호, 수술부위, 수술명 등에 대해 복창하고 반복 확인하는 '타임아웃'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염 회장은 "수술 직전 마지막 단계에서는 '타임아웃' 또는 수술 전 체크리스트를 들고 최소한 의료진 2명 이상이 환자를 확인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의료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이야기 해왔지만 병원 내 시스템이 도입이 안됐거나, 있더라도 시행을 안 했거나 습관화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문제가 발생한 수술장은 보이지 않는 구역이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수술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환자가 본인 확인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예방을 위해서는 병원 내 환자안전체계를 도입하고, 환자도 수술방에 들어가서 확인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