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4월부터 핵심 인력과 기술 유출 등의 침해 여부를 두고 큰 갈등을 빚던 양사가 최근에는 과거 특허 관련 합의를 놓고 양측 간 큰 이견차를 보이며 충돌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9일 LG화학이 지난 27일 미국 ITC 및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LG화학이 제기한 이번 추가 소송에는 과거 LG화학이 2011년 12월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가 합의해 ‘추가로 국내외 부제소’하기로 합의한 특허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ITC 등의 소장에 따르면 LG화학이 제기한 특허 중 SRS® 원천개념특허로 제시한 US 7,662,517는 SK이노베이션에 2011년 특허침해를 주장해 LG화학이 패소했던 특허 KR 775,310와 같다는 게 SK이노베이션 측 입장이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 제기가 양사가 2014년 10월 맺은 합의서에 명시된 합의 조항들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양사가 당시 맺은 합의조항 4항에는 “LG와 SK는 대상 특허와 관련해 향후 직접 또는 계열회사를 통해 국내‧국외에서 상호간에 특허침해 금지나 손해배상의 청구 또는 특허 무효를 주장하는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한다”는 조항이 있다. 또 5항에는 “본 합의서는 체결일로부터 10년간 유효하다”라는 조항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와 관련해 “SK는 LG의 합의 제안에 대승적인 협력자라는 관점에서 합의를 해줬다”면서 “합의서가 체결된 날이 2014년10월29일이니 아직 채 5년이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특허를 내용으로 하는 국내외 부제소라는 기본합의와 10년간 유효라는 특정 약속까지 무시한 채 추가 소송을 위해 동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SK이노베이션은 “기업 간 경쟁은 불가피하다. 다만 경쟁은 정정당당하게 할 때 의미가 있고, 경쟁 당사자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SK는 소송은 소송대로 강력하고 엄정하게 대응하면서 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묵묵히 다해 나갈 것”이라고 글을 마쳤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이러한 주장에 관해 특허제도의 취지나 법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LG화학은 같은 날 “당사가 이번에 침해를 주장한 특허는 과거 한국에서 걸었던 특허와 권리 범위부터가 다른 별개의 특허”라며 “이를 같은 특허라고 주장하는 것은 특허 제도의 취지나 법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특히 당시 합의서상 대상 특허는 한국 특허이고, 이번에 제소한 특허는 미국 특허”라며 “실제 이번에 제소한 미국 특허는 ITC에서 ATL이라는 유명 전지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금지 소송에서도 사용됐다. 소송에서는 라이센스 계약 등 합의를 성공적으로 끌어낸 특허”라며 “‘특허독립(속지주의)’의 원칙상 각국의 특허는 서로 독립적으로 권리가 취득되고 유지된다. 각국의 특허 권리 범위도 서로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양사 갈등은 올해 4월부터 시작됐다. LG화학은 당시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핵심 인력을 빼가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미 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ITC가 조사 개시를 지난 5월 말 결정해 현재 진행 중이다. 관련 절차를 거쳐 내년 말쯤 최종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도 미국과 한국에서 LG화학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27일에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지 사업 미국법인(SK Battery America)을 ‘특허침해’로 맞제소하면서, 양사 간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양사 최고 경영진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회동을 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회동이 결렬된 바 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