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급여로 면역항암치료를 받은 폐암 환자 가운데 34%는 객관적 효과(반응률)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조절률도 64%로 기존 임상(객관적 반응률 20%, 질병조절률 40~50%) 보다 높게 나타났다.
30일 서울시 강남구 섬유센터 컨퍼런스홀에서 '허가 의약품 효능·안전 사후평가에 대한 환자의 기대'를 주제로 열린 환자포럼에서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대한항암요법연구회장)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옵디보에 대한 사후평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폐암은 수년째 국내 암 사망률 1위 암이다. 2016년 기준 폐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27.7%로 과거(1993~2000년, 5년 상대생존율 10%)보다 나아졌지만, 국내 전체 암환자 5년 상대생존율 70.7%에 비해 턱없이 낮다. 전신 전이를 동반한 4기 폐암의 경우 5년 상대생존률이 6.1%로 미미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인 면역항암제가 등장, 지난 2017년 8월 21부터 건강보험급여권에 진입했다. 다만,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인만큼 실제 의료현장에서 환자들에게 쓰였을 때 생존기간 연장이나 치료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었다.
이날 강 교수가 발표한 '면역관문억제제 사후평가 연구'는 우리나라 최초의 실제 임상자료(Real World Date,RWD)를 기반으로 한 다기관 사후평가다. 건강보험급여가 개시괸 2017년 9월 21일부터 2018년 6월 30일까지 전국 20개 의료기관에서 보험급여로 면역항암제를 투여받은 진행·전이성 폐암 환자 1189명(남성 932명, 여성 249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1189명의 환자 중 평가 조건에 맞는 환자 1018명을 분석한 결과, 주요 유효성 평가변수인 '객관적반응률'이 33.6%로 확인됐다. 10명 중 3명 이상은 객관적으로 치료에 유의한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또 다른 유효성 평가변수인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3개월, 6개월 생존률은 64%,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9개월, 1년 생존률 64%였다.
전체 부작용은 48.5%에서 보고 됐는데, 이 중 3등급 이상의 중증부작용은 9.57%였으며, 3등급 이상 중증 부작용 가운데 간질성폐렴이 1.35%로 가장 많았다.
면역관련 이상반응(irAE)의 약 25%에서 면역항암제 효과간 인과관계가 유의하게 확인됐다. 면역 이상반응이 있을수록 면역항암제 효과도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의 주요 기준인 '바이오마커(PDL-1)'의 유용성도 확인됐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은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자에게만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실제 환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사후평가 결과에서는 PDL-1 발현율이 높을수록, 흡연력이 있을수록 치료 효과(객관적 반응률)이 유의한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고령, 간 또는 뇌 전이, EGFR 변이 양성, 방사선 치료력 등은 부정적인영향을 주는 예후 인자로 확인됐다.
강진형 교수는 "대규모 3상연구와 비교할 때 유사하거나 다소 높은 객관적 반응률을 보였다. 그러나 전체생존기간과 무질병진행생존기간은 다소 짧았다. 실제 진료현장의 환자들이 대상이었기 때문에 임상적 특성이 전향적 임상연구와 다르다는 한계가 있었고, 해석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폐암 환자들에 보험이 된다고 해서 무작정 면역항암제를 쓰는 것은 좋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 환자를 생각하고 공부하는 의사에 의해서 면역항암제가 다뤄졌으면 좋겠다"며 "향후 또 다른 사후평가를 위해서는 보험회사와 제약사가 펀딩하고, 연구주체는 이해당사자와 다른 이슈로부터 거리가 있는 기관이 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은 앞으로도 신약에 대한 사후평가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 대표는 "고가의 신약들이 급여화되는 과정에서 환자들이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반가운 것은 세상이 달라져서 보건의료데이터를 활용해 허가된 신약이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 것"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항암제나 희귀질환 약제, 위험분담제를 통한 급여약제의 경우 효과에 비해 약의 비용 논란이 있기 때문에 사후평가가 유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앞으로 사후평가가 급여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의료데이터가 많고, 표준화될수록 환자와 건강보험재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상 사용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공공적인 부분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제약업계에서는 임상시험을 거쳐 건강보험급여에 등재된 의약품에 대해 다시 사후평가 기준을 들이대는 것에 거부감을 표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대표로 나온 김준수 한국애브비 상무는 "면역관문억제제 사후평가연구는 꼭 치료가 필요한 환자군을 선별하는 것, 즉 객관적 반응이 예상되는 환자에 적극적인 치료를 제공하고, 부작용 발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에 다른 치료옵션을 제시하는 것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다만, 통제되지 않은 데이터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충적 근거로만 활용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속등재를 통해 급여적용된 의약품의 사후관리 방법은 이해당사자의 계약 합의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또 여러 임상시험 기관의 호환성과 각 의료현장 사이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이같은 사후관리방법은 이해당사자 간 계약 통해 합의되어야만 실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해당 사후평가 자료를 약가에 반영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박영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은 "사후관리 평가를 약가에 사용할 계획은 없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건강보험에 등재된 면역항암제의 효과에 대한 사후평가다. 이 자료를 가지고 약가나 급여기준을 건드린다는 생각한 적은 없다"며 "약가나 급여기준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고, 합의를 위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겠으나 아직은 약가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