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이 의료원의 원지동 이전 백지화 선언 당시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와 상의하지 않은 이유로 “절박함의 호소였다”는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립중앙의료원 국정감사에서는 의료원 이전과 관련해 정기현 원장의 독단적인 중단 선언이 도마에 올랐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일방적인 이전 중단 선언은 정기현 원장의 권한 밖 행동이며,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와 논의도 거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담당 국장과 정기현 원장에게 사전에 논의가 있었는지, 안했으면 이유가 뭔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지속적으로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시와 논의를 해오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 백지화 선언에 대해 사전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이전 계획이 계속 미뤄졌고 16년이 지난 이제 와서 백지화를 발표했다. 이전과 관련해 최종책임은 누가 지나. 복지부 장관이고 복지부가 결정해야 하는 사항인데 원장이 복지부와 상의 없이 백지화한 것”이라며 “있을 수 있는 것인가. 원장이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정기현 원장은 “저희들이 백지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절박함을 말한 것이다. 복지부와 상의 없이 백지화를 결정할 주체가 아니다. 백지화 발표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김 의원이 “절박해서 충분한 협의 없이 발표했다. 그럼 발표 이후 1달이 지났는데 무엇이 진행됐나. 어떤 노력이 있었나”라고 재차 질의하자, 정 원장은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반성하겠다. (해당 자료는) 절박함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기관 입장을 헤아려 달라. 1달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라고 답변했다. 이에 김 의원은 “할 수 없는 것을 발표했다는 것인가”라며 강하게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의 질타는 더 강했다. 김 의원은 “의료원 전면 중단 자료와 복지부 자료가 다르다. 논의가 없었던 듯하다. 원장 독단으로 보도한 용감성, 대통령 인사코드의 독선, 오만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코드인사에 따른 문제인 듯 질타했다.
특히 정기현 원장은 이해하기 힘든 “절박함의 호소였다”는 답변을 내놓아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국립중앙의료원의 독자 판단으로 이전 여부를 결정할 수 없음에도 절박해서 상급기관을 무시하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정기현 원장과 보건복지부와의 마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정 원장이 복지부 과장을 찾아가 무릎 꿇고 사과한 사건이 도마에 올랐고, 해당 과장이 대기발령 조치를 당하며 실세 원장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정 원장은 “해프닝이었고, 경솔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한편 지난 9월8일 국립중앙의료원은 ‘국립중앙의료원, 16년째 지지부진하던 서초구 원지동 이전사업 추진 불가 공식화‘ 보도자료를 통해 16년째 답보상태에 있던 서초구 원지동 신축이전 사업 일명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사업‘에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보고 사실상 전면 중단을 공식화했다고 밝혔다.
특히 정기현 원장은 해당 자료를 통해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재개발 만능주의에 휩쓸려 사업을 축소 설계한 잘못이 크지만 더 이상 과거를 탓하고 오늘의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보건복지부부터 새로 발견된 객관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신속하게 정책의 취지에 맞는 대안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며 상급기관인 복지부를 질타하는 도 넘는 발언이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같은 날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국립중앙의료원 서초구 원지동 이전 전면 중단은 사실이 아니며, 앞으로도 서울시와 협의를 계속하여 최적의 해결방안을 찾아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